[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가 반 년만에 '리더십 재편' 카드를 다시 꺼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매각과 관련해 카카오를 향한 사회적 책임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투톱 대표' 체제를 내세워 조직을 재정비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카카오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공동센터장을 카카오 각자대표로 신규 선임했다. 이로써 카카오는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남궁훈 대표가 단독대표로 공식 취임한 지 107일 만이다.
카카오가 홍은택 각자대표를 선임한 것은 그가 총괄을 맡고 있던 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 지속가능성장 전략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 각자대표가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공동센터장과 카카오임팩트재단 이사장직을 유지한다는 점이 그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추진을 계기로 카카오를 향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의 '복심'인 홍 각자대표가 소방수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ESG를 전담하는 인물을 대표로 내세우는 것 자체가 브랜드 이미지 개선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다만 홍은택 각자대표가 과거 직원 폭행 전력이 있다는 점은 카카오에 부담일 수 있다.
홍 각자대표는 2016년 7월 직원의 멱살을 잡고 폭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카카오 윤리위원회로부터 연봉 25% 삭감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징계수위를 놓고 카카오 안팎에서는 많은 뒷말이 나왔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면 안 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카카오가 각자대표이사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공동대표이사에 이어 단독대표이사체제로 운영돼왔다.
홍 각자대표가 카카오 경영의 한 축을 맡게 됨에 따라 그동안 홀로 경영을 책임졌던 남궁훈 대표는 부담을 조금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궁 대표는 취임 100일을 15일 정도 앞둔 6월22일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1년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표이사 취임 전 내정자 시절부터 여러가지 문제들을 수습하느라 적지 않은 피로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남궁 대표는 내정자 시절부터 카카오의 다양한 문제들과 마주했다.
남궁 대표는 당초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였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주식 대량 매도 논란으로 물러난 뒤인 올해 1월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내정자 신분임에도 그는 카카오 주가 15만 원을 달성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는 선언을 하는 등 카카오 구성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 애썼다.
또 대표에 오른 뒤 5월30일에는 원격근무제 도입을 발표했는데 집중근무시간, 실시간 음성대기 도입 등을 두고 내부 반발이 커지자 다음날 바로 재검토에 나서며 직원들을 달래기도 했다.
최근에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과 관련해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데 이 문제는 남궁 대표에게 숙제로 남아 있다.
카카오는 10%대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접촉하고 있는데 카카오 노조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매각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