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나무를 접붙이는 접목에는 몸살이 따른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법인 신한라이프가 7월1일이면 출범 1돌을 맞지만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성대규 대표이사 사장이 두 조직의 완전한 통합을 위해 공을 들이는 이유다.
신한라이프는 최근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전산시스템 통합작업을 마치면서 물리적 통합을 완전히 이뤄냈는데 이제 화학적 결합인 임금 및 직급체계 통합이라는 고비 하나를 남겨두고 있다.
27일 신한라이프 노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회사와 신한생명 노조, 오렌지라이프 노조는 6월부터 임금 및 직급체계 통합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와 두 노조는 25일 신한라이프 본사에서 대표 상견례를 진행했으나 추후 교섭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회사와 두 노조는 2월 마련한 임금 및 직급체계 통합 잠정 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던 만큼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며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직원 모두 직급체계를 4단계로 통일하는 것이나 성과급 산정기준 등에 대해 불만이 있던 것으로 알려진다.
예를 들어 신한생명은 기존은 6단계, 오렌지라이프는 5단계의 직급이 있었는데 4단계로 줄이면 급여 상승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추후 교섭은 실무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성 사장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대화에 참여하거나 중재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 사장은 신한라이프가 출범한 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노조를 여러 번 만나면서 화학적 결합을 계속 조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상견례 자리에도 회사 대표로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사장은 2월 언론 인터뷰에서 “인사와 전산 통합 작업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며 “두 회사 노조 사람들과 화합주도 많이 마셨고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 고혈압이 생기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 사장이 임금 및 직급체계 통합작업을 성공적으로 빠르게 이뤄낸다면 다시 한번 경영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두 달 안에 회사와 두 노조의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노조 찬반투표까지 무사히 넘는다면 성 사장은 신한라이프 모든 통합작업을 출범 1년 만에 마무리하게 된다.
조용병 회장과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관료출신으로 금융회사 경영의 경험이 없었던 성 사장에게 두 회사 통합이라는 중책을 맡긴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두 회사 임직원의 화학적 통합을 이끌 적임자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성 사장은 2020년 연말인사에서 신한생명 대표에 연임되면서 동시에 통합법인인 신한라이프 대표에도 내정됐다.
통합법인이 출범도 되기 전에 성 사장에게 대표 자리를 맡긴 것이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7월 공식 출범했다.
신한금융지주는 “두 보험 계열사의 성공적 통합을 위해
성대규 대표이사 선임을 조기에 확정했다”며 “두 회사 사이 실질적 통합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힘쓸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금 및 직급체계 통합작업은 성 사장에게 쉽지 않은 과제로 여겨진다.
두 회사의 조직문화와 직원들의 인식 등에서 근본적 차이를 보이는 점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생명은 금융지주 소속 보험사였고 오렌지라이프는 외국계 보험사였던 만큼 조직문화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또 대형 생명보험사 사이 합병은 국내에서 전례도 없다.
성 사장은 2월 언론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2개 회사의 통합을 통해 신한라이프라는 새로운 회사로 출범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많은 일이 있었지만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 사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공직에 있다가 2019년 신한생명 대표에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도 신한생명을 안정적으로 이끈 점을 인정 받아 2020년 연말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하고 신한라이프 대표에도 내정되면서 신한금융그룹 보험사업을 4년째 이끌고 있다.
성 사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