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코로나19 검사소. < AP > |
[비즈니스포스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 질서와 여러 국가들이 처한 경제적 상황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변화 가운데 자국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제조업과 금융업 등 여러 산업이 국가 또는 지역별로 파편화되는 탈세계화 흐름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24일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변곡점 역할을 했다”며 “경제가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재택근무 확대와 소비 위축, 기업들의 인력 부족에 따른 임금 상승을 이끌었고 최근에는 급격한 물가 상승과 소비 급증 등 결과를 낳으며 경제상황을 크게 바꿔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유가 급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을 더하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공급망 차질 등 세계 무역상황 악화를 주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계속된 변화가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전문가들도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이전까지 볼 수 없던 불확실성 아래 놓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경제가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명확해지고 있는 변화는 탈세계화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된 세계화는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경제 성장 평준화에 기여하고 있었다.
제조업 분야 기업들이 인건비 등에 부담을 느끼면 상대적으로 생산 비용이 저렴한 국가에 공장을 건설하고 현지 경제 성장을 돕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력과 물류 이동이 제한되고 특정 국가의 경제상황 악화가 전 세계적 공급망 차질을 일으키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주요 기업들은 서둘러 대안을 찾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과 인도 등 국가에서 반도체 자급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반도체기업들의 생산공장 유치에 잇따라 대규모 지원금을 제공하며 공장 건설을 유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자체적으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여러 국가에서 이어지고 전 세계적으로 이민자 수도 줄어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탈세계화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며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 금융기관들도 위험 회피 성향을 갈수록 뚜렷하게 나타내며 해외 투자를 점차 축소해 나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 경제질서를 뒤흔들어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 자리잡을 세계 경제의 모습을 파악하려면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악시오스도 세계 경제의 미래는 결국 탈세계화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최근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각국 정부에서 자급력을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된 만큼 세계 경제가 본격적으로 파편화되며 서로에게 의존하는 폭을 줄일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악시오스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세계 경제 성장과 기술 혁신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의 투자가 소극적으로 바뀌고 보호주의가 강력하게 자리잡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탈세계화는 앞으로 코로나19 사태나 전쟁과 같은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 경제적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수출입기업의 실적 부진, 글로벌 기업의 성장성 약화 등을 이끌 수 있어 부정적 결과도 클 수밖에 없다.
래리 핑크 블랙록자산운용 CEO는 24일 주주서한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가 30년 동안 경험했던 세계화 흐름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다.
소련의 해체를 계기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세계화가 다시 러시아와 관련된 지정학적 리스크를 계기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다른 국가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던 세계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며 “세계 중앙은행들이 몇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인플레이션 심화와 경제성장 둔화 사이에서 큰 딜레마를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