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은행들이 사설인증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전자서명법 개정안 통과 이후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게 된 사설인증서가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디지털 관문'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다.
이에 더해 올해부터 본격화한 마이데이터 시장에서 활용도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전자서명인증업자로 인정받은 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3곳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본인인증은 금융거래 때 고객이 마주하게 되는 첫 관문이다"며 "인증서의 성패는 사용처 확대에 달린 만큼 공공·민간기관 제휴를 늘려가면서 이용자 확보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증서 이용자 수가 늘면 다른 제휴처의 확보가 수월해지고 제휴 서비스가 늘면 다시 신규 고객 증대로 이어지는 상승작용을 거둘 수 있다.
여기에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금융보안원이 지정한 통합인증기관의 사설인증서를 최소 1개 이상 의무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은 치열해 지고 있다.
사설인증서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은행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의 'KB모바일인증서' 가입자는 1천만 명을 돌파하면서 은행권에서는 가장 활발히 쓰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KB모바일인증서는 월 평균 7700만 건 수준의 이용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지위를 지니고 있는 만큼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공때도 인증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현재 KB국민카드,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 이용 가능하다.
앞서 KB국민은행은 2019년 7월 KB모바일인증서를 내놓았으며 이후 2020년 12월 금융권에서는 유일하게 행정안전부 주관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 허인 전 KB국민은행장은 이를 그해의 주요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았을 정도로 자부심을 보였다.
이후 KB국민은행은 KB모바일인증서를 통해 2021년 10월 전자서명인증사업자로 정식인정을 받았다.
신한은행은 2021년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인정 받은 전자서명인증서비스 '신한Sign(사인)'을 내놨다.
올해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 서비스에서 KB국민은행의 인증서와 함께 사용가능한 민간인증서로 채택되면서 덕을 보기도 했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2021년 12월 전자서명인증업자로 선정됐으며 인증서비스 '하나원사인'을 통해 향후 공공기관 및 민간 사업분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올해 안으로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자격획득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진행중이다.
문제는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시장에 이미 진출해 있는 빅테크 기업 등과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과 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각종 서비스의 가입이나 거래를 위한 본인인증을 기반으로 인증서비스를 확대해 온 반면 은행은 공인인증서가 폐지된 이후 금융거래를 중심으로 인증서비스를 넓혀나가고 있다.
아직까지는 금융거래와 비금융거래의 인증서비스가 다소 차이를 보이며 완전히 호환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앞으로 마이데이터나 빅데이터 등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첨단 서비스가 더욱 확대되면 완전경쟁의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은행들이 어떻게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기업에서는 많은 수의 플랫폼 이용고객을 기반으로 인증서비스 사용자를 늘려가고 있기 때문에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의 인증서의 가입자 수는 각각 3천만 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금융권 인증서 가운데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KB모바일인증서의 3배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