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이 한국지점을 철수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외국은행의 지점 철수는 한국 상황보다 본사 차원의 글로벌 전략에 좌우되는 데다 일부를 제외하면 대다수 외국은행이 비교적 안정적 실적을 이어가고 있어 연쇄이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 미쓰비시UFG(MUFG)은행 서울지점. <미쓰비시UFG은행> |
1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외국은행 36곳이 한국에 4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필리핀 메트로은행 부산지점이 서울지점으로 통합되면서 2020년 말보다 한 곳 줄었다.
5년 전인 2016년 6월만 해도 외국은행 한국지점이 49곳으로 50곳에 육박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UBS, RBS, BBVA, 바클레이즈, 맥쿼리, 인도해외은행 등이 잇따라 짐을 싸면서 외국은행의 한국지점은 줄고 있다.
외국은행 한국지점 임직원 수 역시 2016년 6월 3145명에서 2021년 6월 2917명으로 완만하게 줄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캐나다 노바스코셔은행이 서울지점을 폐쇄해 외국은행의 한국금융시장 이탈을 향한 걱정스런 시선이 다시 늘고 있다.
외국은행의 한국지점은 여전히 적지 않은 지점과 직원을 두고 있다. 외국은행 한국지점 전체로 보면 시중은행과도 견줄만 한 수준이다.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를 추진해 금융권 안팎에 충격을 주고 있는 한국씨티은행과 규모가 엇비슷하다. 6월 말 씨티은행 한국지점은 39곳, 임직원은 3474명이다.
외국은행 한국지점은 대부분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소매금융은 취급하지 않는 곳이 많다. 이들의 철수가 금융소비자의 직접적 피해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지금처럼 외국은행 한국지점 폐쇄가 이어진다면 기업자금 운용 차질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어 금융시장과 노동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외국은행 한국 영업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외국은행 한국지점 철수는 단순히 한국 사업환경에만 달려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본사 차원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한국사업 철수여부가 결정되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노바스코셔는 이미 대만과 두바이 등 아시아지점을 정리했고 중국에서도 지점을 줄였다. 서울지점도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호주 맥쿼리은행도 2018년 철수했는데 아시아 기업금융 사업을 축소하면서 한국지점을 맥쿼리증권과 통합한 사례다. 2017년 바클레이즈 역시 아시아지역 사업 중단전략에 따라 서울지점 문을 닫았다.
경영실적만 놓고 봤을 때 외국은행 한국지점 가운데 부진하다고 할만한 곳은 많지가 않다. 노바스코셔가 지난해 순손실 163억 원을 낸 데 이어 상반기에도 순손실 14억 원을 냈는데 지점 철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손실이었다.
이 외에 뉴욕멜론은행 정도가 2020년 순손실 127억 원, 상반기 순손실 173억 원으로 비교적 큰 적자를 냈다.
멜라트은행(18억 원), 야마구찌은행(2억 원), 파키스탄국립은행(8억 원)도 상반기 순손실을 냈지만 적자규모는 크지 않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노바스코셔조차 금융위기 이후 2019년까지 연속 흑자를 냈다. 2020년 기준으로 2년 연속 적자를 낸 곳은 뉴욕멜론은행, 야마구찌은행, 파키스탄국립은행 세 곳뿐이고 3년 연속 적자를 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은행 한국지점의 전체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27%이다. 적자가 난 5곳을 제외하면 0.29%로 시중은행인 SC제일은행(0.29%)과 맞먹는 수익성을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은행 한국지점 총자산은 2018년 273조 원에서 2019년 305조 원, 2020년 330조 원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순이익은 2018년 8630억 원, 2019년 8953억 원에서 2020년 1조1510억 원으로 늘어났다. 2015년 이후 6년 만에 순이익 1조 원을 회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