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이 원자력발전기술을 다변화하며 해외에서 사업기회를 넓히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기존에 보유한 원전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소형모듈원전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데 미국 기업과 협력관계를 타고 앞으로 수주기반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7일 국내원전업계에 따르면 미국 원전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우크라이나 원전 건설계약을 성사하며 두산중공업이 해외 원전사업에서 수주를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원자력발전소 제작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최근 우크라이나 국영원자력 발전소와 원자로 공급계약에 합의하면서 웨스팅하우스와 협력관계가 단단한 두산중공업도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2007년 웨스팅하우스의 중국 산먼과 하이양 원전 건설에 핵심 주기기를 공급했다. 미국에서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머 원전과 조지아주 보글 원전 건립에서 함께 협력한 적이 있다.
또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은 원전기술 및 인력을 공유하고 해외 원자력발전소시장에 함께 진출한다는 공동성명을 낸 점도 두산중공업의 원전 수주확대 가능성에 힘을 더한다.
특히 원전 설계·제작·시공은 한국기업이 맡고 주요 부품과 운영사업은 미국기업이 맡는 방식이 유력하게 꼽힌다.
박 회장은 미국 원자력 전문업체들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맺으며 원전사업 토대를 넓히는데 힘써왔다.
박 회장은 최근 미국 원자력전문업체 뉴스케일파워에 6천만 달러를 투자한데 이어 미국 엑스에너지와 주기기 제작을 위한 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경수로 소형모듈원전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이며 엑스에너지는 헬륨가스를 냉각재로 활용하는 방식의 소형모듈원전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다.
두산중공업이 서로 다른 원전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원전기업과 협력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원전기술 노하우를 탄탄하게 쌓아왔기 때문이다.
원전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지분투자를 한 미국 뉴스케일파워가 최근 우크라이나 국영원자력발전소인 에네르고아톰과 원전 배치를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에 주목하며 두산중공업도 소형모듈원전 수주기회가 넓어질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뉴스케일파워는 우크라이나에 원자력발전소 건설부지와 관련된 타당성조사와 기술사항 검토를 포함해 소형모듈원전 도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친환경에너지를 향한 세계 발전시장의 큰 흐름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며 "원자력부문에서는 미국과 해외에서 차세대 원전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전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최근 들어 미국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점을 들면서 앞으로 원전사업을 성공적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두산중공업이 협력관계를 맺은 미국 기업들이 개발하는 소형모듈원전의 경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로 꼽힌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까지 세계에서 소형모듈원전 650~850기 건설이 추진돼 시장규모가 2400억~4천억 파운드(약 379조~632조 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성, 안전성 등 확보해야 할 이슈는 많지만 두산중공업의 연평균 원전 수주잔고는 앞으로 1조~1조3천억 원 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해외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추가 계약을 맺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서 미국 기업들의 업무협약이 이어지고 있어 시장에서 두산중공업의 수주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