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수 RFHIC 대표이사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합작회사 설립으로 반도체소재 공정기술과 생산능력 내재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를 통해 조 대표는 차세대 질화갈륨 전력반도체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6일 RFHIC에 따르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834억 원가량을 조달해 이를 질화갈륨(GaN)을 활용한 차세대 전력반도체사업을 위한 국내 생산시설 구축, 기술 확보 등에 투입한다.
조 대표는 조달한 자금 가운데 300억 원은 반도체 파운드리 합작회사 지분 확보에 쓰고 100억 원은 전력반도체 공정부분 등에 신기술을 보유한 업체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밖에 반도체 공정 제조라인을 구축하기 위한 시설자금, 전력반도체 신소재 기판과 소재 개발을 위한 운영자금 등에 138억 원을 책정했다.
조 대표의 이런 공격적 투자계획은 질화갈륨 전력반도체시장 잠재력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된다.
RFHIC는 질화갈륨 트랜지스터(약한 전기신호를 크게 증폭해주는 반도체부품)와 전력증폭기를 주력으로 하는 통신장비기업이다.
RFHIC는 매출의 90%가량을 통신과 군용 레이더용 트랜지스터와 전력증폭기에서 내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통신분야 매출비중이 높다.
조 대표는 그동안 산업 특성상 변동성이 큰 통신분야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방산과 에너지, 의료분야로 발을 뻗으며 질화갈륨 소재를 활용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힘써왔다.
RFHIC는 유상증자 관련 투자설명서에서 "글로벌기업과 협력으로 파운드리 합작회사를 설립해 국내 생산시설 구축을 통한 기술선점과 질화갈륨 소자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다”며 “이를 통해 질화갈륨 전력반도체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전력반도체는 미래 산업 발달과 함께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데 RFHIC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전력반도체는 정보설비와 가전기기 등에 필요한 전력을 유지해주는 장치의 두뇌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전력의 효율적 관리가 필수인 5G통신, 인공지능, 전기차산업이 발달하면서 수요가 세계적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기존 실리콘 웨이퍼가 아닌 질화갈륨 등 신소재 웨이퍼로 만드는 전력반도체는 전력 변환 효율과 내구성이 뛰어나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불린다.
RFHIC는 이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질화갈륨소재에서 이미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RFHIC는 조덕수 대표의 형인 조삼열 기술총괄 회장이 질화갈륨소재의 잠재력을 보고 사업화를 제안한 데서 시작한 회사다.
조삼열 회장은 연세대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기술전문가다. 조덕수 대표는 뉴욕주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두 형제는 RFHIC를 설립할 때부터 차별화한 원천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를 목표로 했다. 처음부터 10년, 20년 뒤 유망해질 신소재를 적용해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조 대표는 이번 반도체 파운드리 합작회사 설립으로 질화갈륨소재 제품의 생산부분에서도 내부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다.
RFHIC는 질화갈륨 전력증폭기, 트랜지스터 등 사업을 위해 미국 화합물반도체기업 크리 등에서 웨이퍼 등 소재를 조달해왔다. 합작법인을 통해 국내에 자체 생산시설 등을 갖추면 공급 안정성은 물론 가격 경쟁력 등 부분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도 RFHIC가 합작회사 설립으로 미국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4인치, 6인치 웨이퍼 수급이 원활해지면 기존 주력사업부문 매출처 확대와 더불어 반도체재부문 등에서 신사업 확장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RFHIC 기업가치에 합작회사 설립은 큰 호재”라며 “합작회사를 세워 웨이퍼의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면 전력반도체 신사업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시장조사기관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꼽히는 질화갈륨 전력반도체시장 규모는 2020년 약 515억 원 수준에서 2026년에는 약 1조2315억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한해 평균 성장률이 70% 수준을 보이는 셈이다.
RFHIC의 전문분야인 5G이동통신과 데이터통신분야에 필요한 질화갈륨 전력반도체시장을 떼놓고 봐도 2026년까지 한 해 평균 성장률이 71%에 이르러 약 2500억 원의 시장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차세대 전력반도체는 한국 정부에서도 육성하고 있는 산업이다. 정부는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역량을 확충하기 위해 2025년까지 상용화 제품을 5개 이상 개발하고 6~8인치 파운드리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