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가 대우건설 매각에 한걸음 다가서는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우건설 원매자가 늘어나 매각기회를 맞은 것으로 보이는데 매각을 성사하면 KDB산업은행이 진행해 온 산업 구조조정과 재편에서 역할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31일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매각주관사를 알아보며 공식적 매각절차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는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늘어나면서 매각이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우건설 인수후보로 DS네트웍스-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중흥건설그룹, 한앤컴퍼니,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투자청, 중국건설사 중국건축정공사(CSCE) 등 5곳이 거명되고 있다.
5곳 모두가 KDB인베스트먼트가 들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 50.75%의 예상 매각가인 2조 원 가량을 감당할 수 있는 재무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전 완주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이 대표가 매각주관사를 선정한다면 이는 매각협상이 상당히 진행된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4월 초부터 인수후보들이 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주관사 선정은 KDB인베스트먼트가 인수후보들과 충분한 물밑 협의로 합의점을 어느 정도 찾았다는 뜻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대우건설 매각을 매우 신중히 이끌어야 할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하다.
이 대표는 2019년 4월 KDB인베스트먼트 1호 자산으로 대우건설을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넘겨받은 뒤 2년 동안 주택사업에 집중하는 형태로 회사를 탈바꿈했다.
때마침 주택분양 경기가 지난해부터 호황을 맞이하면서 대우건설은 실적 반등과 재무구조 개선에 모두 성공하며 매력적 매물로 거듭났다.
이 대표로서는 주택분양 경기가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까지 대우건설 매각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다시 상당히 긴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반드시 매각이 성사돼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런 계산이 깔려있는 발언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대우건설 매각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매각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우건설 노조의 반발 등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실사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이미 입장문을 통해 강력한 구조조정이 따를 수 있는 사모펀드로 매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내 대표건설사로 여겨지는 대우건설 직원들의 자존심을 고려하면 중견건설사 인수도 상당한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산업은행에서 근무하며 2008년 산업은행이 주도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직원들의 반대에 따른 실사 방해로 무산되는 것을 지켜봤다. 이 때문에 내부 반발 문제를 가볍게 여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가 이러한 난관을 뚫고 대우건설 매각에 성공하면 산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과 재편에서 존재감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대표는 이미 2018년 수석부행장으로 산업은행의 난제로 여겨졌던 금호타이어 매각을 이끌었고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건설은 2018년 호반건설로 매각에 실패한 뒤 KDB인베스트먼트가 이끌어왔다.
이 대표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KDB산업은행에 들어갔다. 이후 투자금융실, 국제금융실, 기업금융실, 기획관리부문장 등을 두루 거쳤다.
기업금융, 프로젝트파이낸스(PF), 국제금융, 기획, 홍보 등 여러 업무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금융 전문가로 추진력과 전문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