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호황 흐름에 올라탈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디지털산업 성장에 탄력이 붙으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때 사용되는 세척용 특수가스인 삼불화질소(NF3)을 생산하고 있어 수혜가 예상된다.
31일 효성화학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조 회장이 올해 초부터 추진한 삼불화질소 중국 공장의 증설이 올해 하반기 완료돼 효성화학의 이익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화학의 삼불화질소 연간 생산량은 현재 연 4550톤으로 알려져 있는데 중국 취저우 공장이 증설되면 3천톤이 늘어 연 7550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효성화학은 삼불화질소 생산능력 연 1만2100톤을 보유한 SK머티리얼즈에 이어 세계 2위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2020년 1500톤 증설을 마친 뒤 올해는 증설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효성화학이 국내 경쟁회사와 비교해 생산능력이 낮은 것을 감안해 생산시설 증설을 통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증설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삼불화질소의 수요처를 이미 확보해 둔 것으로 파악된다.
효성화학 관계자는 “코로나19 뒤 경기회복에 대비해 소재 확보를 노리는 세계 메이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체들과 접촉한 상태”라며 “이번 증설에 따라 늘어나는 삼불화질소 생산물량을 판매할 곳을 미리 확보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2016년 전략본부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삼불화질소의 성장가능성을 예상하고 집중 육성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효성화학은 2000년대 후반부터 순도 99.995%이상의 삼불화질소를 자체개발해 사업을 확대해왔다.
조 회장은 2016년 초 중국 취저우 공장을 신설을 결정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시장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장 신설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호황을 예상하고 발빠르게 중국 공장 증설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라 화상회의와 같은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면서 TV, PC, 노트북 등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IT 디바이스를 찾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TV 출하량은 5122만6천 대로 2020년 1분기와 비교해 9.9% 증가했다.
여기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산업의 성장으로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은 8인치 웨이퍼 생산량을 2020년 기준 월평균 565만 장에서 2024년 660만 장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이 제품들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삼불화질소를 생산하는 효성화학의 영업이익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효성화학은 삼불화질소 제조공법(DF/ECF 공정)을 모두 보유하고 있고 자체적으로 플랜트 설계와 건설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공정을 개선하고 있어 원가 경쟁력도 갖췄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효성화학의 올해 삼불화질소의 EBITDA(세·이자·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마진율은 20% 후반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며 “높은 마진율을 보이고 있는 삼불화질소 가치를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투자는 효성화학이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5179억 원, 영업이익 3301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보다 매출은 38.6%, 영업이익은 4배(441.4%)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