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민의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대표 적합도와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독보적 선두에 오르자 당내 핵심 지지층의 경계심리도 한층 높아졌다.
여론 조사기관 알앤써치의 5월 4주차 정례조사에서 ‘국민의힘 다음 당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이 전 최고위원을 선택한 응답 비율은 30.2%로 집계됐다.
나 전 의원은 15.6%, 주 의원은 5.4%로 조사됐다. 홍문표 의원은 3.4%, 김은혜 의원은 2.3%, 윤영석 의원은 2.2%, 김웅 의원은 2.0%, 조경태 의원은 1.2% 등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데일리안의 의뢰를 받아 24~25일 이틀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35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전 최고위원이 나 전 의원과 비슷하거나 약간 뒤지는 양상이었는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선두로 치고 올라선 셈이다.
당내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의 선전을 놓고 엇갈리는 반응이 나온다. 젊은 후보가 지지를 얻는 것이 당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고무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지만 경륜이 부족하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핵심 지지층의 심정은 더 복잡하다. 보수 성향이 짙은 당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색깔에 의문을 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의 선전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당내 핵심 지지층들이 결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민심과 당심은 다른 것 같다”며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도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대표 경선은 '당원투표 70%, 일반여론조사 30%'로 결정나는 만큼 이전처럼 당심이 당락을 가를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2019년 2월 치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에서 일반여론에서 우세했던 오세훈 서울시장(당시 당대표 후보)이 당원 투표에서 앞선 황교안 전 대표에게 밀려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신진 대 중진의 경쟁구도와 별개로 당심을 둘러싼 중진들의 경쟁이 치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로서는 나 전 의원과 주 의원이 당원들의 지지를 많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두 사람 모두 당에 뿌리 내린 세월이 길고 인지도나 정치경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이 선전하면서 나 전 의원과 수도권 당원 표심을 나누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영남 기반의 주 의원이 유리해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 전 최고위원과 나 전 의원 모두 서울에서 당협위원장을 지낸 정치인인 반면 주 의원은 대구 수성구을 국회의원이다.
과거 친이명박계가 결집하며 주 의원을 밀어주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보수단체 국민통합연대는 25일 ‘긴급 중앙임원 회의 결과’란 제목의 문건을 지역조직에 내려보냈는데 여기에는 주 의원을 대표로, 조해진, 배현진 의원과 정미경 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지원하기로 했으니 협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민통합연대는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호 전 의원이 중앙집행위원장으로 있는 곳으로 친이계 단체로 알려져 있다.
반면 당심이 나 전 의원에게 쏠릴 것이란 시각도 많다.
당대표 경쟁이 수도권 대 영남 지역구도가 아닌 신진 대 중진 세대구도가 된 만큼 이 전 최고위원과 나 전 의원의 수도권 표심 분산보다는 나 전 의원과 주 의원 사이 핵심 지지층의 표심 분산이 더 두드러질 것이란 얘기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에 나 전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았고 그때 서로 부대끼며 함께 투쟁한 기억을 공유한 당원들이 많아 나 전 의원의 입지가 당원 사이에서 공고한 편”이라며 “당심이 나 전 의원 쪽으로 기울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