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등을 돕기 위한 재정지원정책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코로나19 피해 취약계층의 재정지원을 반대하기도 어렵고 재정지원에서 여당과 차별화하며 제1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은 26일 국회에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대책 마련 간담회’를 열고 “올해 예산이 550조 원 가량 된다”며 “이를 재조정해 일단 재원을 마련해야 재난지원금이나 손실보상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와 싸우는 다른 나라 사례를 보더라도 세금으로 충당할 여력이 안 되면 할 수 없이 빛을 내더라도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재정이 부족하면 빚을 져서라도 손실보상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영업손실 보상을 제도화하는 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민의힘도 이에 뒤질세라 서둘러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여당에서 나온 ‘이익공유제’를 사회주의적 발상이라 비판하고 여당 일부 인사들의 기획재정부 압박도 비판의 목소리를 키워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피해 극복에 재정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여당과 비슷한 기조라는 진단도 없지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의 손실보상법, 이익공유법, 사회연대기금법을 ‘돈풀기 3법’이라고 깎아내리며 “노골적으로 관권, 금권 선거를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한 것과는 온도 차이가 엿보인다.
재정을 활용한 손실보상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곧장 체감할 수 있는 지원정책이다. 국민의힘도 선거를 앞두고 이를 반대하며 정부·여당에 각을 세우기 쉽지 않다는 진단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사안은 국민의힘이 여당과 차별화하면서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재정지원의 주체가 정부·여당인 만큼 야당이 협조한다 해도 유권자들에게 큰 점수를 따기는 어렵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도했다.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 위원장도 "통합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코로나19 비상경제대책을 위한 100조 원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공약도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국민의힘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국의 주도권을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고민이다. 4월 재보선이 코앞인데 여당이 이슈를 선점하고 야당이 이에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날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은 부동산시장 불안과 백신 미확보 등을 내세워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하면서 공세를 펼쳤다.
김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 발동을 제안한 것은 이런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취약계층의 손실보상에 힘을 실으면서도 여당과 차별화를 꾀하는 카드로 꺼내든 것이다.
국민의힘의 유력 부산시장 후보로 꼽히는 박형준 동아대학교 교수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국민의힘이 제안한 긴급재정명령 발동은 기존 예산을 조정하는 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에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며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 발동을 촉구했다.
앞서
김종인 위원장은 25일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으로 100조 원을 확보해 코로나19 피해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제안한 긴급재정명령은 전시상황 등 국회 소집이 어려울 때 발동하는 것이라 법적 요건을 갖추기 어렵다는 시선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