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회장이 SK와이번스 구단주로 실질적 구단운영에 큰 역할을 담당한 것은 아니지만 SK그룹 오너일가로서 맡고 있던 상징적 역할이 하나 줄어들면서 SK디스커버리그룹의 독립성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프로 스포츠팀은 대표적 그룹 마케팅수단이자 사회환원활동의 의미를 지닌다. 그룹 이미지와 인지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은 채널로 꼽힌다.
따라서 대부분 그룹에선 오너일가의 주요 인물이 구단주를 맡아 얼굴을 내건다.
최 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모두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돼 SK그룹이 오너 공백기를 맞은 2013년 말 그룹 야구단 구단주에 선임됐다.
당시 최 부회장은 SK경영경제연구소 부회장도 함께 맡으며 그룹 오너일가 가운데 역할이 커졌다는 시선이 있었다.
최 부회장은 2014년 1월 SK와이번스 신년식에서 “최근 최태원 회장께서 저를 불러 야구단을 맡아 달라고 했다”며 “아직은 여러 가지 부족함이 많은 열혈 팬이지만 많은 것을 보고 들으며 제 역할을 잘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SK와이번즈 매각으로 최창원 부회장이 오너 일가로서 대외적 역할 부담을 줄이고 디스커버리그룹 경영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상황에 놓였다.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차기 회장을 맡게 되더라도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8월 횡령·배임죄에 따른 취업제한에서 벗어나 그룹 대외활동에서 보폭을 더욱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SK그룹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등 사촌들 사이 그룹 계열사 분리 경영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SK그룹은 사촌들 사이 관계가 좋고 계열분리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계열분리 추진 가능성을 부인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지분관계 없이 SK브랜드만 공유하는 느슨한 연합 형태의 지배구조를 모색하고 있다는 뜻을 비치기도 했다.
최창원 부회장은 2020년 9월30일 기준 SK디스커버리 지분율도 40.61%에 이르러 굳건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최태원 회장은 SK디스커버리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 전체 지분율이 3.22%에 불과하다. SK그룹 지주사인 SK도 SK디스커버리 지분을 들고 있지 않다.
최창원 부회장은 앞서 2017년 기존 SK케미칼의 이름을 SK디스커버리로 바꾸고 사업부문을 분할해 신설법인 SK케미칼을 세우면서 SK디스커버리를 지주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도 단행했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SK가스, SK플라즈마 등을 주력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바이오, 에너지 등을 앞세워 새 먹거리 발굴에 분주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에너지와 소재 등 주력 사업분야가 친환경으로 전환, 코로나19, 4차산업혁명 등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창원 부회장은 특히 SK케미칼의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를 앞세워 백신사업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 부회장은 2006년 SK케미칼 대표에 오른 뒤부터 바이오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백신 개발에 10년 넘게 투자를 지속하면서 SK디스커버리그룹 바이오사업의 토대를 닦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위탁생산 참여로 기업가치를 크게 키우고 있고 기업공개도 앞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