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중단된 지중 고전압송전선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송전선이 지나는 인천과 경기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전자파를 저감하는 설비를 앞세워 설득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전력공사 경인건설본부가 시행하고 있는 ‘수도권 서부지역 전력구 공사’는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 갈산에너지센터(변전소)에서 경기 광명시 광명동 신광명에너지센터까지 17km 구간에 345kV 지중 고전압송전선을 매설하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지중 고전압송전선을 설치하면 인체의 유해한 전자파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하면서 한국전력은 2018년 6월에 공사에 들어갔다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지중 고전압송전선 매설 공사는 애초 2020년 12월에 마친다는 계획이었지만 준공기한이 2022년 12월로 연기됐다.
한국전력은 이번 공사를 인천과 부천, 서울 남서부지역의 전력 과부하문제를 해소를 위해 시작했다.
한국전력은 지중 고전압송전선이 신속히 건설되지 않으면 일부 지역에 설비 고장이 발생했을 때 제한 송전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역 주민들의 전자파 우려를 덜기 위해 8월 알루미늄 강판으로 구성된 전자파 저감시설을 인천 부평지역에 일부 설치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자파 저감시설을 설치한 결과 2018년에 측정했던 전자파 측정값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전자파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주민들이 생각하는 전자파 수치와 한국전력이 생각하는 수치 사이에 차이가 커서 전자파 저감설비를 설치해 11월19일에 전자파 저감효과 검증회를 열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전력이 공사를 재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인천 부평구, 경기 부천시 등 지중 고전압송전선이 지나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이 여전히 아파트, 학교 등 주거 밀집지역에 고전압 송전선이 지하 8m 깊이로 지나가는 데 반대하며 선로 위치, 매설 깊이 등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지역주민들의 요구대로 전력구(송전선이 지나가는 공간)를 이설하거나 지하 30m 이상 깊이로 매설되면 약 500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갈등을 풀기 위해 20대 국회 당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송전선을 설치하면서 주민 마찰이 발생할 때 이설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은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지만 임기 만료로 법률안이 폐기됐다.
지역주민들은 한국전력이 전자파 저감설비를 설치한 것은 지중 고전압송전선 공사를 재개하기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지자체도 주민들의 사전동의 없이 진행된 전자파 저감설비 공사에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부평구청 관계자는 “한국전력이 주민과 대화를 하겠다면서 주민들 몰래 설치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전자파 저감설비가 설치된 뒤에 대화의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부천시는 전자파를 우려하는 주민들을 고려해 한국전력과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한국전력은 부천시를 상대로 낸 도로점용과 도시공원 점용사용 불허 결정에 관한 처분취소소송 1심과 공유재산사용 불허가에 관한 처분취소소송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중 고전압송전선 문제를 거론하자 “전기를 제때 공급은 해야 하고 주민들과의 대화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 어려운 과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