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네이버 가운데 누가 일본 디지털만화 플랫폼시장의 선두에 오를까?
카카오는 ‘픽코마’, 네이버는 ‘라인망가’를 앞세워 일본 디지털만화시장에서 플랫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쪽 모두 국내에서 성공한 콘텐츠의 공급 확대에 힘쓰고 있다.
▲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이사(왼쪽부터),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이사,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
8일 모바일 빅데이터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일본 애플 앱스토어에서 8일 기준으로 픽코마는 매출순위 1위, 라인망가는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픽코마는 카카오의 일본 법인 카카오재팬에서 운영한다. 라인망가는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웹툰에서 직접 서비스한다.
픽코마는 국내 웹툰을 앞세워 일본 디지털만화시장에서 매출순위 선두를 지키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픽코마 거래액은 13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 늘어났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의 국내 웹툰플랫폼에서 흥행이 검증된 작품을 엄선해 픽코마에 선보이면서 호응을 얻었다. 작품을 일본 이용자의 취향에 맞게 일부 각색한 점도 주효했다.
7월 기준으로 픽코마의 매출순위 10위권 안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한국 작품이 5~6개를 차지했다. 전체 거래액에서 한국 플랫폼 방식인 연재형 웹툰의 비중도 35~40%에 이르렀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무료’ 모델을 픽코마에도 도입해 매출을 늘렸다. 기다리면무료는 만화 한 편을 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음 편을 무료로 보는 서비스다.
이에 힘입어 카카오재팬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분기별 영업수지 흑자를 냈다.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면서 관련 비용이 늘어났는데도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카카오는 2022년 기준으로 픽코마의 연간 거래액을 2022년 1천억 엔(약 1조1천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지 디지털만화시장에서 선두 위치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픽코마에 국내 웹툰 공급을 늘려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더불어 일본 종합콘텐츠기업 카도카와에 지분투자를 하는 등 현지 기업과 협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네이버도 라인망가에 투자를 늘려 선두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라인망가는 7월 픽코마가 1위에 오르기 전까지 일본 디지털만화시장 매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라인망가의 3분기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어났고 결제자 수도 46% 증가했다. 다만 수익성이 연재형보다 낮은 단행본형 만화의 비중이 높은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라인망가에 네이버의 기술과 지식재산(IP)을 활용해 단행본형을 연재형으로 개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네이버웹툰에서 인기를 끈 ‘여신강림’과 ‘전지적 독자 시점’ 등 콘텐츠를 라인망가에 공급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일본 디지털만화시장의 거대한 규모와 높은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일본 디지털만화시장 규모는 올해 4조5410억 원으로 추정됐다. 한국(1조5432억 원)은 물론 중국(1조7806억 원)이나 미국(1조6619억 원)보다 크다.
일본의 전체 만화시장 규모가 5조7천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만화시장이 계속 커질 가능성도 높다. 스마트폰을 통한 웹툰시장 규모는 현재 8천억 원 정도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일본 디지털만화시장에서 쌓은 네트워크와 사업 노하우는 향후 다른 나라에서 디지털만화사업을 확대할 기반으로도 쓰일 수 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이사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만화산업의 역사가 오래된 일본에서 거둔 성공이 다른 지역의 성공 가능성도 열어줬다”며 “다른 국가 진출을 위한 포석 마련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