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메리츠화재의 내실 다지기를 강화한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를 삼성화재에 버금가는 대형손해보험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격적 영업을 통해 메리츠화재를 장기인보험시장의 신흥강자로 키웠다.
대형손보사 반열에 들기 위해서는 외형을 더 키워야 하는 데 이에 필요한 재무체력의 축적이 필요하다.
28일 메리츠화재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하반기에도 보험심사 강화를 통한 손해율 관리 등 내실 강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단순히 매출을 늘리기 위해 보험심사를 완화하기보다는 기준을 다소 높이더라도 가치 훼손 없이 돌파구를 찾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심사를 까다롭게 해 손해발생 위험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장기인보험 판매가 늘어남에 따라 함께 증가한 사업비율을 개선하는 방안도 이어간다. 사업비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인건비, 마케팅 비용, 모집 수수료 등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인공지능 기반의 업무 지원시스템 투자, 마케팅 고도화 등 비용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통해 사업비율을 낮추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 많은 판매수수료를 제공하고 보험 인수기준을 완화하며 매출을 끌어올렸는데 올해 들어서는 공격적 영업을 자제하고 리스크 관리에 힘쓰고 있다.
그 결과 메리츠화재의 상반기 사업비율은 28%로 2019년 상반기보다 0.9%포인트 감소했다.
반대로 순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상반기 별도기준 순이익 2134억 원을 내 지난해 상반기보다 56.8% 늘었다. 삼성화재(4333억 원), DB손해보험(3494억 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2019년 상반기 대형손해보험사의 순이익 규모는 삼성화재 4372억 원, DB손해보험 2063억 원, KB손해보험 1664억 원, 현대해상 1639억 원 등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상반기에 순이익 1361억 원을 거뒀다.
김 부회장은 2023년 손보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는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목표를 향해 순항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최근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메리츠화재는 내년에 명실상부한 업계 2위가 될 것이며 2023년에는 업계 1위로 올라설 뿐만 아니라 경쟁사와는 차원이 다른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규모나 수익 등에서 다른 보험사들을 크게 앞서있는데도 불구하고 김 부회장이 이런 자신감을 보이는 데에는 메리츠화재의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자산규모와 순이익, 점유율 등을 따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을 대형 손해보험사로 꼽는데 메리츠화재가 순이익에서 이미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을 앞섰다.
이와 함께 손보사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기인보험시장에서는 1위인 삼성화재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했다.
메리츠화재가 거둔 지난해 장기인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1695억 원가량으로 2017년 776억여 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장기인보험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와 격차를 약 42억 원까지 좁혔다. 삼성화재의 2019년 장기인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1737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메리츠화재의 자산규모는 아직 4대 대형손해보험사에 못 미치고 있다. 김 부회장이 올해 들어 내실을 강화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도 외형 확대를 위한 공격적 영업전략을 펼치기에 앞서 재무체력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기준 메리츠화재의 총자산은 24조7636억 원이다. 김 부회장이 취임한 2015년 말 14조6038억 원보다 69.5% 늘어났다.
삼성화재 등 4개 대형손해보험사 가운데 자산규모가 가장 작은 곳은 KB손해보험(35조5348억 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