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사장은 24일 열린 KB손해보험 출범 5주년 기념식에서 “출범 당시의 두근거림이 생생한데 벌써 5주년이라니 감회가 새롭다”며 “고객들 삶의 매순간마다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은 2015년 6월24일 기존 LIG손해보험에서 이름을 바꿔 KB금융그룹의 12번째 계열사로 출범했다.
당시 LIG손해보험이 현대해상, DB손해보험과 업계 2위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KB금융그룹을 등에 업고 2위권 선두는 물론 업계 1위인 삼성화재도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당시의 예상과 달리 KB손해보험은 내실경영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튼 모양새다.
5년 동안 순위에는 변동이 없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손해보험업계 빅4로 불린다. 총자산과 원수보험료, 설계사 및 점포규모, 자동차보험시장 점유율 등에서 다른 손해보험사들과 큰 격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KB손해보험은 넷 가운데 4위로 꼽힌다.
지난 5년 동안 KB손해보험은 상위 손해보험사들과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총자산은 36조 원대로 현대해상(46조 원), DB손해보험(44조 원)과 10조 원 가까이 차이난다. 2015년까지만 해도 자산규모 차이가 3조~4조 원이었으나 5년 사이 격차가 커졌다.
몇 년 전부터는 메리츠화재에 쫓기고 있다. 순이익 기준으로는 지난해 메리츠화재에 밀려 5위로 내려앉았다.
손해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LIG손해보험 시절에는 2위권을 놓고 다퉜고 외형 확대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KB금융지주 아래 들어간 다음에는 내실경영으로 확실하게 방향을 튼 듯하다”며 “사실상 2위 다툼에서는 완전히 밀려났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급격한 업황 악화에 대비해 내실 위주의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수치적 1등보다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보험사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지니고 있다.
KB손해보험은 ‘가치경영’을 중심 매출전략으로 내세우면서 내실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해 대형손해보험사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벌어졌던 장기인보험 경쟁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출혈경쟁으로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높여봤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신 고객중심 경영에 더욱 공을 들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양 사장은 “1등 보험사라는 얘기보다 고객 선호도 1등 보험사라는 얘기가 더 듣기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KB손해보험이 다른 보험사들이 잘 공개하지 않는 내재가치(EV)를 공개한 점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내재가치는 보험사가 보유한 순자산가치와 보유계약가치를 더한 값으로 보험사의 장기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KB손해보험의 내재가치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6조2천억 원이다. 2018년 41.3%나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상반기에 26.9% 늘었다.
다만 KB손해보험에서 과거보다 조직의 민첩함이 떨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KB금융지주 아래 있다보니 예전보다 변화 등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LIG손해보험 시절 최대주주는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과 특수관계인 18명이었다. 경영은 당시 대표이사를 지낸 김병헌 전 사장이 도맡았다. 김 전 사장은 1983년 LIG손해보험의 전신인 범한화재해상에 입사해 30년 이상 보험업계에 몸담았다.
반면 양종희 사장은 KB국민은행 출신으로 뱅커로만 30년 가까이 보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