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앞세워 미국시장 점유율 10%의 장벽에 도전한다.
미국시장 점유율 10%는 그동안 미국3사와 일본3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는데 현대기아차가 이를 달성한다면 미국에서 톱5 자동차그룹에 들면서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시장에서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4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현대기아차는 6월 이후에도 지속해서 미국에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는 5월 딜러의 요구만큼 생산량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올렸다”며 “경쟁업체의 생산 재개에도 신차효과에 따른 점유율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5월 미국에서 합산 점유율 9.4%를 보였다. 2018년 5월보다 1.3%포인트 오른 것으로 현대기아차는 2018년 7월 이후 22개월째 점유율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들어 1월과 2월은 전체 판매량을 확대하며 점유율이 높아졌고 3월 이후에는 코로나19에 따른 판매 감소에도 전체 시장보다 하락폭을 방어하며 점유율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대기아차가 현재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올해 혹은 내년 미국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연간 점유율 10%를 넘길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에서 2011년 잠시 월별 점유율이 10%를 넘은 적은 있지만 연간 점유율이 10%를 넘은 적은 아직 없다.
현대기아차 미국시장 점유율은 2011년 8.9%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7.3%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반등해 성공해 7.5%를 보였다.
미국 자동차시장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미국 3사, 토요타, 혼다, 닛싼 등 일본 3사가 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점유율 10%를 넘는 곳은 제너럴모터스, 포드, 토요타,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4곳에 불과한데 이들 역시 가장 높은 제너럴모터스가 17.1%, 가장 낮은 피아트크라이슬러가 12.9%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혼다와 닛싼은 2019년 미국시장에서 각각 9.4%, 7.9%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점유율 10% 고지에 오른다면 자동차 선진국으로 평가되는 미국에서 톱5 자동차그룹에 들면서 글로벌 위상을 더욱 단단히 할 수 있는 셈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SUV 판매 확대전략이 미국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위기를 기회 삼아 미국시장을 크게 확대한 경험이 있다.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셈인데 지금은 수익성 높은 SUV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보다 더 긍정적이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데는 지난해 내놓은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등 신차를 비롯한 투싼, 스포티지, 셀토스 등 SUV가 1등공신으로 꼽힌다.
미국은 상위 5위 판매차량을 모두 픽업트럭과 SUV가 차지할 정도로 승용차보다는 활동성 높은 차량을 향한 수요가 높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 정 수석부회장체제가 본격화한 뒤 미국시장에서 SUV 판매라인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현대차는 미국시장에서 SUV 판매비중이 2016년 29%에서 2017년 36%, 2018년 45%, 2019년 52%까지 상승했다.
기아차도 올해 1분기 미국 판매물량의 절반을 SUV가 차지했다. 판매비중이 2019년 1분기 42%에서 8%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차는 앞으로 미국에서 싼타페, 투싼 등의 신차뿐 아니라 최초 픽업트럭인 산타크루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신형 쏘렌토를 통해 미국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
6월 미국 출시가 예정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SUV GV80도 현대기아차 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6월 GV80을 미국시장에 내놓는데 현재 1만 대의 사전계약이 이뤄진 상황”이라며 “6월 미국 자동차시장의 본격적 판매 회복세가 나타나면 제네시스의 판매 반등이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신차 출시 효과와 SUV를 바탕으로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하겠다”며 “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언택트) 판매채널을 강화해 포스트 코로나19시대에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