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를 놓고 서울시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조 회장은 '제값'을 받고 송현동 부지를 매각한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서울시는 공시지가로 부지를 매입해 문화공원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1일 항공업계와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조 회장이 대한항공 영업이익을 방어해 송현동 부지 매각이 지연돼도 버틸 힘을 갖출 수 있느냐에 힘겨루기의 결판이 달려 있다.
대한항공이 올해 상환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자금이 약 3조7500억 원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5월에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3천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고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2천억 원의 유동성 지원을 받았지만 차입금 상환에 1조원 이상이 더 필요하다.
조원태 회장은 이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구안으로 송현동 부지를 비롯한 유휴자산을 매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면서
조원태 회장은 자산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3월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 매각을 본격화하자 민간에 매각하면 개발 요구를 용인하지 않겠다면서 매각절차 중단을 요청했다. 이어 서울시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공원 결정안’의 자문까지 상정했다.
서울시는 자문의견을 반영해 6월 중으로 열람공고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해 올해 안으로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평가하는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의 가치는 최소 5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도심부에 위치한 마지막 알짜배기 땅이기 때문이다. 인사동과 삼청동 북촌과 인접하면서 종로구의 중심부 지역에 위치한 특징이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땅의 매각을 공시지가에 따른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추진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기준 송현동 부지의 공시지가는 약 3100억 원이다.
결국 조 회장의 기대와 달리 달리 2천억 원이 비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서울시를 포함해 송현동 부지를 매입할 대상자를 찾아 자구방안을 매듭짓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의 일방적 모습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서울시를 포함해 모든 매각 대상자들과 협상을 할 것”이라며 “정상적 입찰거래에 따라 최고가로 써낸 쪽에 낙찰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으로서는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완강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다른 매각 대상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조 회장은 최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장인인 김봉환 전 의원의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 말고 다른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계속 들고 있을 것 같다”고 말해 버티겠다는 뜻도 보였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항공화물 운임이 오른 것은 조 회장에게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계 여객기 90%가 운항을 멈춰 항공화물 공급의 약 50%를 차지하는 여객기 화물칸을 이용한 화물공급의 감소가 나타났고 이에 따라 항공화물 운임은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아시아~미주 노선 화물운임은 톤당 6.67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상승했고 유럽 노선의 화물 운임은 5.31달러를 보이며 2019년 4월보다 108% 높아졌다.
이런 화물운임은 과거 항공화물 호황기였던 2010년과 2017년의 최고 운임보다도 20~30% 높은 수준이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화물 물동량의 50%가 아시아~미주 노선과 유럽노선에서 발생하고 있고 대한항공이 2018년 기준으로 세계 6위의 항공화물 수송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화물운송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조 회장이 송현동 부지를 낮은 가격에 팔지는 않으려고 노력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송현동 부지와 관련해 서울시가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조 회장으로서도 낮은 가격에 팔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는 화물운송에 집중하는 비즈니스 전략으로 꾸려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