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의 외부위탁운용(OCIO) 도입 현황. <자본시장연구원> |
IBK투자증권, 교보증권 등 중소형증권사들도 초대형 금융투자회사들에 이어 잠재력이 큰 외부위탁운용(OCIO)시장에 뛰어들 채비에 나서고 있다.
외부위탁운용은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여유자금을 맡아 운용하는 사업으로 당장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많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돼 증권사들 사이에서 ‘미래 먹거리’로 꼽히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21대 국회에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관련 법안의 도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 활성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20대에서 이루지 못한 자본시장 핵심과제들을 점검하고 구체적 실행계획을 세워 정부 정책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의지를 보였다.
민주당은 자본시장활성화특위를 중심으로 20대 국회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관련 법안을 내는 등 힘써왔는데 이번 국회에서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하게 된 만큼 이 법안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탁법인이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와 운용지시 없이 금융사가 알아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디폴트옵션 등이 도입되면 현재 200조 원 규모인 외부위탁운용시장의 규모는 1천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20대 국회에서 관련된 법안이 발의됐지만 쟁점법안들에 밀려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주간운용사 선정은 과거 성과 및 운용자산 규모 등 정량적 요소가 평가를 좌우해 기금운용 경험이 없는 중소형 자산운용회사나 증권사로서는 진입을 하기 쉽지 않다.
현재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규모가 큰 자산운용회사가 외부위탁운용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증권사 가운데서는 NH투자증권이 국토교통부 운용주간사로 19조 원, 한국투자증권이 고용노동부 운용주간사로 10조 원을 운용하며 증권사 운용기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규모가 작아 들이는 인력과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은 점도 중소형증권사가 나서기 힘든 원인으로 꼽힌다.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10조 원대 기금의 자금운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연간 수익은 30억 원 안팎에 그친다.
낮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형증권사들이 기금 전담 운용사로 선정되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외부위탁운용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험을 쌓으려는 측면이 크다.
21대 국회에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처리된다면 170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시장이 열려 외부위탁운용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중소형증권사도 외부위탁운용시장의 잠재력이 곧 열린다고 보고 경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문턱도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IBK투자증권은 2019년 말 서울대학교발전기금 위탁운용사 선정경쟁에 '깜짝' 등장하며 중소형 증권사의 외부위탁운용시장 진출에 신호탄을 쏘기도 했다.
교보증권도 올해 기금운용 경력을 지닌 인력을 중용하며 역량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교보증권은 2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실장을 지낸 박봉권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5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출신 이찬우 전 국민대 특임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외부위탁운용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아직 시행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본격적 준비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