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이사가 코로나19 장기화로 미국 B2B(기업 사이 거래) 식품시장 공략을 당분간 미뤄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냉동식품기업 슈완스컴퍼니의 인프라를 활용해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 채널에 집중돼 있던 미국 식품사업의 영역을 B2B 채널로 넓혀갈 계획을 세웠는데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어 학교와 레스토랑 등의 셧다운(폐쇄) 조치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앞서 1월21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70여 일 만에 코로나19 환자가 20만 명을 넘어서며 세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가 됐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미국 32개 주 학교들이 휴교에 들어갈 예정인 데다 레스토랑과 주점의 영업중단조치도 확산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슈완스컴퍼니를 인수한 뒤 다양한 방안의 시너지 작업을 통한 사업 확장을 검토해온 만큼 현재의 상황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특히 B2B 식품사업 분야는 CJ제일제당이 미국사업의 영역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영역인데 올해 코로나19로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슈완스컴퍼니는 푸드서비스사업도 운영하고 있어 학교, 병원, 레스토랑 등 다양한 B2B 채널망을 보유하고 있다. 학교 급식, 비영리기관과 자판기, 대형체인점 등 B2B 채널을 통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21%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슈완스컴퍼니는 B2B시장에서도 냉동피자 점유율 1위, 냉동 아시안에피타이저(식전요리)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B2B 채널은 보통 장기계약을 바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올해부터 슈완스컴퍼니의 B2B 채널을 통해 만두 등 일부 제품군을 학교에 입점한다는 계획을 세워뒀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B2B 채널을 통한 사업 확장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강 대표는 3월 열린 CJ제일제당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해외식품시장에서 주류 사업자로 입지를 확고히 다지겠다”며 안정적 수익성을 동반한 성장을 강조한 만큼 아쉬움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CJ제일제당이 슈완스컴퍼니를 인수하면서 확보한 인프라와 경쟁력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미국 식품사업에서 성장이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만두를 앞세워 B2C 채널에서는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비비고만두의 판매 호조로 최근 3년 동안 미국 매출이 한 해 평균 25.8% 늘어났다.
이에 더해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에서 비비고 냉동만두와 슈완스컴퍼니의 냉동피자 등 간편식제품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B2C시장에서 슈완스컴퍼니 인수의 성과를 맛보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미국에서 슈완스컴퍼니를 포함해 매출 3조280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회사의 가공식품부문 전체 매출에서 슈완스컴퍼니의 비중은 40%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