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탄 비중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을 높이는 일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LNG 가격이 석탄 가격보다 2배 가까이 비쌌기 때문에 LNG 비중을 늘리는 데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이제는 큰 비용부담없이 에너지전환정책을 실현해 나갈 수 있다.
20일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석탄이 LNG보다 비싸지는 첫 해가 될 수 있다”며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전력시장에 새로운 문법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와 연동되는 LNG 가격도 4~5개월 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19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5.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1월 배럴당 60달러대였던 유가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47.2% 하락했다.
19일 하루만 보면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3.8%(4.85달러)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유가를 놓고 싸우고 있다”며 “적절한 때에 관여할 것”이라고 말한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이날 투자노트를 통해 "미국이 내놓은 조치들은 단기적으로 유가를 끌어올릴 수는 있겠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가 줄어드는 점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이어지면 그동안 LNG의 절반 가격에 불과했던 석탄 가격이 LNG 가격보다 비싸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유 연구원은 “발전용 유연탄 가격이 호주산, 인도네시아산 모두 제한적 범위에서 변동을 보이고 있는데 유가는 급락하고 있기 때문에 5~6개월의 시차를 고려하면 올해 8~9월에는 LNG 가격이 유연탄 가격보다 저렴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유연탄은 호주산, 인도네시아산 모두 가격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3월3째주 기준 톤당 65.1달러로 올해 1월(톤당 64.8달러)과 비교하면 0.4% 올랐다.
시장에서 LNG 가격 하락이 실제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당연히 발전에 사용하는 석탄과 LNG의 연료비 단가 차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기준 유연탄과 LNG 연료비 단가 차이는 32.32원/kWh으로 조사됐다. 유연탄 연료비 단가는 51.9원/kWh, LNG 연료비 단가는 84.22원/kWh이다.
그러나 LNG 가격이 4~5개월 뒤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떨어지면 그만큼 발전에 사용하는 연료를 석탄에서 LNG로 교체하기 수월해진다.
그동안 정부는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해 오면서 세금을 통해 석탄과 LNG의 연료비 차이를 11원/kWh만큼 줄이는 것을 목표로 뒀다.
에너지전환정책은 석탄 비중을 줄이고 천연가스나 수소, 태양열, 풍력,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LNG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점에서 친환경 요소를 지니고 있다. 석탄 비중을 줄이면서 다른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완전히 갖추기 전까지 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7년 12월에 발표한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환경비용을 유연탄 19.2원/kWh, LNG 8.2원/kWh 부과해 연료비의 차이를 11원/kWh만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에 따라 유연탄은 2018~2019년에 개별소비세가 16원/kg 올랐고 LNG는 2019년 개별소비세, 수입부과금 등의 세금이 68.4원/kg 줄었다.
하지만 세금에 차등을 둬도 석탄과 LNG의 발전연료 단가 차이가 여전히 30원/kWh만큼 벌어져 있었는데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해서 이어지면 차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유 연구원은 “그동안 손해를 감수해야했던 LNG 발전소는 경제적 지원 없이도 정상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에너지 전환정책이 달성되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 감소라는 국가적 과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국전력의 연료비는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원자력, 유류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연료비에서 석탄은 62.25%, LNG는 23.47%, 원자력은 6.3%, 유류는 4%를 차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