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국내 면세점시장의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 인천국제공항면세점의 알짜사업으로 꼽히는 향수·화장품사업권까지 추가로 입찰에 뛰어들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이미 사업권을 확보한 패션에 이어 향수·화장품까지 진출하면 계획하고 있는 글로벌 3대 명품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11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유찰된 DF2(향수·화장품) 재입찰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이 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패션기타구역인 DF7을 확보하면서 공항면세점에 첫 진출했는데 DF2는 연매출 3500억 원을 내는 곳으로 DF7보다 매출규모가 2배가 넘는 '알짜사업'으로 꼽힌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향수·화장품사업권까지 확보하면 면세점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아직 3대 명품 브랜드인 샤넬과 에르메스, 루이비통을 유치하지 못했는데 최근 인천국제공항에 패션기타 사업권을 확보하면서 이 브랜드를 유치하는 협상에서 힘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국내 면세점시장에서 매출비중이 가장 높은 상품군이 화장품인 만큼 추가로 인천국제공항 DF2까지 확보하면 글로벌 명품기업들과의 협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국내 면세점시장에서 화장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65%로 2016년 50%와 비교해 대폭 늘어났다.
정 회장은 면세점시장의 후발주자인 점을 만회하기 위해 전폭적으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월 현대백화점면세점에 2천억 원을 출자하면서 지금까지 모두 4400억 원가량의 돈을 투자했는데 정 회장이 면세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모회사인 현대백화점은 2019년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4565억 원을 쥐고 있는 데다 현대백화점 부채비율도 40% 수준으로 낮아 추가적 자금지원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
실제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최근 대기업 면세점이 모두 참여한 DF7구역의 우선협상자로 뽑힌 것도 정 회장이 진두지휘 아래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가장 높은 임대료(최소 보장금)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DF7 사업권에서 가장 낮은 임대료를 써낸 롯데면세점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100억 원가량 더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이미 높은 임대료를 써내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도 있는 만큼 추가 입찰에 뛰어들면 적자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재 국내 대기업 면세점사업자들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높은 임대료 부담을 시내면세점 수익으로 메우고 있는데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시내면세점에서 아직 적자 1천억 원 수준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아직 재공고가 나오지 않아 입찰 여부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도 “재입찰 공고가 나오면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