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주변시세의 68~80% 금액으로 거주할 수 있는 행복주택의 입주자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리츠의 행복주택 189세대 및 장기전세 26세대와 관련해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주변시세의 68~80%로 산정해 공급하기로 했다”며 “서울리츠 행복주택과 장기전세의 공급을 통해 신혼부부와 청년 등 주거난을 겪는 계층의 주거안정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런 공공임대주택을 2022년까지 40만 호를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청년과 신혼부부, 노령층, 대학생 등 주거 취약 계층의 주거권 실현을 위해서다.
박 시장은 27일 발표한 ‘2020년 신년사’에서 “지난 8년 동안 서울시가 매년 1조 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하여 꾸준히 확대해 온 공공임대주택의 건설과 공급은 내년에도 쉼 없이 이어질 것”이라며 “서울시는 2022년에 서울 전체 가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40만 호 가량의 공공임대주택을 보유해 저소득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이루고 중산층을 포함한 서울에 집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집이 제공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서울 아파트의 분양물량 공급 부족에 따라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청년과 신혼부부 등이 밀려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따른 대책이기도 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는 2020년에 아파트 분양물량 4만5944호가 공급된다. 이는 2018년(7만2873호)보다 36.9% 줄어든 것이다.
이런 분양 물량 감소에 따라 2020년 서울 아파트 분양은 당첨이 어려운 ‘로또’급 분양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시세보다 낮은 가격이 형성된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 고가점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청년과 신혼부부는 중장년층보다 청약가점이 낮아 당첨확률이 떨어지고 현금자산도 부족해 청약시장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양가가 시세보다 크게 낮은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나 수도권 공공택지에서는 청약가점이 60∼70점대를 웃돌고 82점 만점이어야 하는 곳도 나타날 것”이라며 “인기 분양단지를 중심으로 청약자들이 몰리면 당첨확률이 떨어지는 청년과 신혼부부 등 30대가 청약시장에서 소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시장이 공공임대주택을 계획대로 확보한다면 집값 상승 등으로 주거난을 겪는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에 일부분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공공임대주택 13만 호를 공급했고 2022년까지 24만 호를 추가 공급할 것"이라며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우선 공급하고 고령자와 대학생 등에게도 입주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처럼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집값과 전셋값 상승 등 주거 실수요자들이 당장 직면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 집값은 26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가격은 2019년 7월 첫째 주 이후 2019년 12월 넷째 주까지 26주 동안 쉼없이 올랐다.
주택산업연구원의 ‘2020년 주택시장 전망’에 따르면 “서울 주택가격은 정부의 12·16 대책에도 누적된 서울진입 대기수요와 공급부족 심리, 학군수요 등 상승압력 요인이 강하다”며 “2020년 서울의 아파트가격은 매매가격 기준으로 2019년보다 평균 1.2%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 전셋값도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 기준 서울 전셋값은 12월 둘째 주보다 0.23%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5년 11월 이후 주간 기준으로 최대 상승폭이다. 특히 강남권 전셋값은 0.34%포인트 올라 매물이 부족한 지역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강남·목동 등 인기 학군지역에서 나타나는 12월 전셋값 상승은 매매가격 상승이 견인한 측면이 크다”며 “2020년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봄과 가을 이사철에도 강남·목동 등 인기 학군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학교 방학을 앞두고 대치동과 목동 등 학군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 전세대란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12·16 부동산대책으로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전세로 돌아서며 서울 전세 수급의 균형이 깨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를 두고 박 시장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대책이 서울 아파트값과 전셋값 상승의 속도를 쫒아가지 못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박 시장이 자신의 임기를 마치는 시기인 2022년까지 서울에 신규 공공임대주택 4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는 절반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40만 호를 공급하면 분명 서울 거주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겠지만 속도가 너무 느려 공급시기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이 틀어쥔 재건축과 재개발이라도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은 부동산에 강력한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면서 한남3구역과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의 재건축과 재개발을 강하게 억누르고 있다"며 "일산과 분당에 신도시를 세우면서 공급을 크게 늘려 서울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던 것을 거울삼아 서울의 재건축과 재개발을 풀어주는 획기적 공급 대책을 내놔야 비로소 박 시장이 원하는 서울 집값 잡기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시공사 재입찰 절차를 밟는다. 서울시는 11월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입찰 과정에 과열경쟁 등 문제가 있다는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한 뒤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에 시공사 재입찰을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공사비만 2조 원으로 서울 재개발 사업 가운데 최대어로 평가되는 대규모 재개발사업에 박 시장이 제동을 건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