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에게 화장품사업은 끝까지 ‘아픈 손가락’이 되고 말까?
서 회장은 화장품사업을 셀트리온의 새 성장동력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했지만 몇 년 째 영업손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왼쪽)과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 |
19일 셀트리온의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셀트리온의 화장품 계열사 셀트리온스킨큐어 직원 수가 두드러지게 감소하고 있다.
셀트리온스킨큐어의 직원은 2018년 6월 말 161명에서 2019년 6월 말 128명으로 1년 사이 20.5%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 직원이 1487명에서 1886명으로 26.8%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직원 수는 2017년 3월 397명까지 늘어났지만 그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인력 축소는 실적 악화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2013년부터 6년째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18년 영업손실 172억 원을 냈고 올해 상반기까지도 영업손실 51억 원을 보이며 올해도 흑자전환은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 회장은 2017년 10월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을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로 앉히며 화장품사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어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 수석부사장은 셀트리온스킨큐어 실적 개선에 실패했고 결국 올해 초 셀트리온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 수석부사장이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에서 사임한 뒤 셀트리온의 화장품사업 축소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퇴사하는 셀트리온스킨큐어 직원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셀트리온 내의 화장품사업 관련 부서도 대폭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 허가 등과 관련한 업무는 셀트리온스킨큐어가 아닌 셀트리온이 담당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한 관계자는 “최근 셀트리온 내에 있던 화장품 허가 관련 부서가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 수석부사장이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에서 물러난 뒤 내부적으로 화장품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까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2013년 화장품기업 ‘한스킨’을 인수하며 화장품사업에 뛰어들었다.
바이오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능성 화장품을 만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화장품업계에서는 화장품에 의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을 가미한 ‘코스메슈티컬’이 새로운 트렌드도 부각되고 있었다.
서 회장은 배우 김태희씨 등 유명인을 이용한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쏟으며 화장품사업 확대에 공을 들였지만 아직까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업계가 중국의 사드보복 여파로 어려웠던 영향도 있었지만 서 회장이 화장품사업을 너무 쉽게 봤다는 말도 나온다. 신규시장인 바이오분야에서 성공했던 방식을 이미 대형 사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화장품사업에도 적용하려 했던 것이 패착이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화장품시장은 고급 브랜드와 가성비가 좋은 중저가 브랜드로 양분되고 있는데 셀르리온스킨큐어는 마케팅역량을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해 어느 쪽에도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셀트리온스킨큐어가 서 회장의 뒷주머니 역할만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올해 9월 기준으로 특수관계자에 1100억 원대 자금을 대여해 주고 있다. 이 가운데 서 회장에게 빌려준 금액만 543억 원에 이른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실적 부진에 자금대여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자산 건정성이 악화되고 있다. 회사의 단기채무 지불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2018년 271.2%에서 현재 24.52%까지 낮아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