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9월30일 열린 유럽종양학회에서 신라젠의 펙사벡을 선행요법으로 사용한 임상1상에서 간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종양이 소멸했다는 결과가 발표된 뒤 투자자의 관심이 신라젠으로 다시 쏠리고 있다.
신라젠 주가는 임상 보도가 나온 1일 투자자들의 기대감에 힘입어 29.61%(2410원) 급등한 1만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펙사벡 임상 성공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우선 리즈대학교 연구팀의 임상은 이제 임상1상 단계다. 임상3상까지 연구가 진행돼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번에 발표된 펙사벡 임상은 신라젠과 직접 관련이 없는 연구다. 영국 리즈대학교 연구팀이 프랑스 바이오회사 트랜스진의 의뢰를 받아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임상이다.
이번 연구결과도 지난해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를 통해 공개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리즈대학교 연구팀은 9명의 환자에게 수술 14일 전 펙사벡을 1회 정맥투여 한 결과 간전이성 대장암 환자 1명에게서 종양이 완전히 소멸하는 반응을 얻었다. 또 다른 간전이성 대장암 환자 1명에게는 종양이 일정부분 줄어드는 부분반응을 확인했다.
신라젠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이번 연구결과는 암 조직에 면역세포인 T세포가 침투했음을 면역화학염색방법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는 점이 지난해 발표와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신라젠이 주도한 임상은 아니지만 해외 유명 대학 연구팀에서 나온 연구성과라는 점에서 펙사벡 효능에 제기됐던 의구심이 간접적이나마 일부 해소됐다”고 말했다.
신라젠은 이번 발표에 의미를 두고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펙사벡 연구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8월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3상에 실패한 뒤 펙사벡과 면역관문 억제제 병용임상에 사활을 걸고 힘을 쏟고 있다. 펙사벡의 항암 기전을 보았을 때 면역관문 억제제와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펙사벡은 우두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작해 환자의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며 T세포의 활성도를 높여 암을 파괴한다. 이에 따라 T세포의 암세포 인지력을 키우는 면역관문 억제제와 같이 투여하면 그 효능이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신라젠은 현재 펙사벡과 면역관문 억제제를 병용해 신장암 대상의 글로벌 임상1b상을, 미국 국립암센터와는 대장암 임상1·2상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1분기에는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과 면역관문 억제제의 병용임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문 대표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병용임상에서 긍정적 초기 결과를 얻기 전에는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3상 실패에 따라 생겨난 펙사벡 효능에 관한 의구심을 완전히 걷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펙사벡은 표적항암제 ‘넥사바’에 반응하지 않는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2b상에서 생존기간 입증에 실패했다. 임상3상에서 펙사벡을 먼저 투여한 뒤 넥사바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연구를 다시 진행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신라젠 관계자는 “대표이사 이하 임직원들이 펙사벡의 상용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긍정적 데이터가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