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을 냈다고 나왔지만 실제로 롯데칠성음료가 음료와 술을 팔아 확보한 자금은 없었던 셈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영업활동 현금 흐름이 올해 상반기 –938억 원이었는데 3분기에도 –52억 원이다.
특히 맥주사업에서 여전히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차입금도 가파르게 늘었다. 순차입금이 2013년까지만 해도 4600억 원 정도였으나 맥주사업 부진에 발목이 잡혀 2017년부터 1조 원을 훨씬 넘어섰다.
염재화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맥주사업 부진이 롯데칠성음료의 수익성과 영업활동 현금 흐름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이라며 “가정에서는 수입맥주 점유율이 높아지고 업소에서는 회식문화 감소로 시장이 축소돼 롯데칠성음료가 ‘피츠 수퍼클리어’를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해도 판매 증가 속도는 더디다”고 파악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맥주사업 부진에서 당분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염 연구원은 “맥주시장에서 경쟁이 심화하는 등 영업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칠성음료가 맥주사업에서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롯데칠성음료가 당분간 맥주사업에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롯데칠성음료의 신용도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부회장은 롯데칠성음료의 맥주사업 부진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2012년부터 대규모 맥주공장 설립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맥주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도 진두지휘했다.
‘신동빈 맥주’로 불리우는 클라우드를 2014년 출시해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일등공신으로 역할을 했고 새 맥주 피츠 수퍼클리어 등도 무사히 출시했다.
이 부회장은 BU장에 오른 뒤에 열린 2017년 5월 피츠 출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도 “피츠는 국산 맥주의 품질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굉장히 고민해서 만든 제품”이라며 “마지막 한 방울의 목넘김이 깨끗하게 느껴지는 맥주를 만들고자 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롯데칠성음료가 맥주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충주에 공장 2곳을 지으면서 들인 금액은 모두 9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칠성음료가 2017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754억 원을 냈다는 데 비춰 보면 막대한 규모다.
▲ 롯데칠성음료의 '피츠 수퍼클리어'.
롯데칠성음료가 맥주사업 부진에 발목이 잡히면서 그룹 내부에서 이 부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진 게 아니냐는 말도 돌았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그룹 종합 감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 롯데칠성음료는 정기감사를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2009년 롯데그룹이 두산주류를 인수해 주류사업에 진출한 뒤 처음으로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이 감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롯데그룹이 맥주사업을 들여다보기 위해 감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롯데칠성음료가 맥주사업에 뛰어든 것은 4년밖에 되지 않아 당장 큰 성과를 내기는 다소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 성장성을 놓고도 회의적 시선이 우세해지면서 이런 말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맥주사업은 중장기적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사업”이라며 “단기적 실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으로 사업 전망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인사는 올해 12월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맥주사업에서 성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