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내부 인사를 CEO에 앉히던 '순혈주의' 원칙을 깨고 외부에서 CEO를 영입했다.
LG그룹에서 대표적 외부 영입 인사인
차석용 부회장이 LG생활건강의 급성장을 주도한 것과 같이 출신에 구애받지 않고 가장 적임자를 찾겠다는 인사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9일 3M 수석부회장을 지내던 신학철 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1977년 LG화학 전신인 럭키에 입사해 42년 동안 근무했다. 신 부회장이 3M에서만 33년을 근무하며 LG그룹과 연이 닿은 적이 없던 점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LG화학은 신 부회장을 영입한 배경으로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고 말했다.
LG그룹 계열사들은 이전에도 과감히 외부 출신 CEO를 발탁해 성과를 낸 일이 많다.
LG전자는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미국 하만 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내던
박일평 사장을 영입하며 "앞으로 외부 영입 인재에도 과감한 승진과 주요 보직 임명으로 미래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최고기술책임자(CTO)에 오른 박 사장은 그동안 LG전자의 고질적 약점으로 꼽혔던 소프트웨어 기술 발전에 주력하면서 인공지능과 로봇 등 핵심 신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박 사장은 내년 1월 열리는 미국 가전전시회 CES2019에서 LG전자의 대표로 나서 기조연설을 맡는 등 전면에서 역할을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
2015년까지 LG유플러스 대표이사를 맡던 이상철 전 부회장도 과거 정보통신부 장관과 KT 대표이사를 지내다 2010년 영입된 대표적 외부 인사다.
이 전 부회장은 2010년 LG텔레콤이 자회사를 합병해 출범한 LG유플러스가 유무선사업에서 경쟁사에 밀려 큰 위기를 맞았을 때 조직 쇄신을 위한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이후 이 전 부회장은 2012년 전후로 LG유플러스의 LTE통신 중심 사업구조 전환을 이끌었는데 이를 통해 LG유플러스의 시장 점유율을 10%대에서 20%대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현직 CEO 가운데는 2004년부터 LG생활건강 대표를 맡아온 '장수 CEO'
차석용 부회장이 LG그룹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외부 인재 영입 사례로 꼽힌다.
차 부회장은 미국 피앤지에 입사해 한국 총괄사장에 오를 때까지 화장품과 생활용품사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이후 해태제과 대표이사로 영입돼 식음료사업에도 전문성을 갖췄다.
화장품과 음료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LG생활건강 대표에 자연히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의 전년 동기 대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2005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모두 52분기 연속으로 증가세를 유지하는 기록적 성과를 냈다.
LG그룹이 외부 인재를 CEO로 영입한 사례는 많지 않지만 그동안 외부에서 온 CEO들이 모두 좋은 성과를 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앞으로 주요 계열사에서 신 부회장과 같은 영입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체제를 맞아 대규모 조직 변화가 필요한 만큼 연말인사에서 주요 계열사에 큰 폭의 조직 쇄신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LG화학 외 계열사에도 외부 출신 CEO가 임명되는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구 회장이 취임한 직후 LG 인사팀장이 곧바로 이명관 전 LG화학 부사장으로 교체된 점도 대규모 인적 쇄신과 인사 기조 변화를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