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재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 사외이사진의 대거 교체로 새 진용을 갖추게 된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를 이끌게 됐다.
이 의장은 특히 신한금융에서 ESG경영 강화에 적극 기여했던 만큼 이사회 주도로 친환경과 사회공헌, 지배구조 개선 등 분야에 더욱 힘을 싣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회에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의 영향력이 낮아지고 사외이사 독립성이 강화되는 등 '글로벌 스탠다드'를 위한 변화도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26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신규 사외이사 선임과 이사회 의장 교체에 따라 이사회 내부 소위원회 등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5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수 주주의 동의를 받아 이사회 구성 변경을 위한 정관변경안건과 신규 사외이사 선임 등을 승인받았다.
주총 뒤 이사회를 거쳐 의장에 선출된 이윤재 의장은 앞으로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주도해 신한금융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 의장은 2019년에 처음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에 오른 뒤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 추천위원회와 사회책임경영위원회 등 이사회 핵심 소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었다.
신한금융지주가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ESG경영 강화를 전사적 목표로 설정하고 추진력을 더하는 과정에서 이 의장이 가장 연관이 깊은 이사회 내부 위원회의 대표를 맡고 있던 것이다.
이 의장은 지난해 회장후보 추천위원장으로서 신한금융지주 회장 경영승계를 위한 잠재후보 선정과 평가 등을 진행했고 중장기 경영승계계획 등 안건 통과를 주도했다.
사회책임경영위원장으로 거둔 가장 큰 업적은 신한금융지주의 지난해 ESG경영 분야 최대 성과로 꼽히는 사회적가치 측정체계 마련과 '제로카본 드라이브' 추진 안건을 심의하고 통과시킨 것이다.
제로카본 드라이브는 신한금융이 보유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2050년까지 0으로 만들기 위해 경영 의사결정과 포트폴리오 구성 등 과정에서 친환경 요소를 고려하는 내용이다.
이런 변화를 주도했던 이 의장이 이제는 이사회 의장으로서 권한과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 만큼 신한금융그룹 차원의 친환경 등 ESG경영활동 강화에 더 활발히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지주도 이 의장의 이사 선임 배경으로 금융과 경제분야 전문성을 갖췄고 신한금융그룹의 ESG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을 꼽았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이사회 내부 사회책임경영위원회 이름을 ESG경영위원회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이사회 중심의 ESG경영전략을 논의하고 추진하기로 했다.
앞으로 조 회장 등 신한금융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사회적 또는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도록 이사회에서 더 엄격한 감시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조 회장이 이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욱 축소하는 변화도 이뤄졌다.
조 회장이 참여하고 있던 이사회 운영위원회를 폐지하는 정관변경안건이 통과돼 앞으로는 조 회장이 이사회 운영에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졌다.
2017년에 조 회장을 처음 대표이사후보로 결정했던 사외이사도 이제는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 한 명도 남아있지 않게 된 만큼 조 회장이 이사회에서 더욱 엄격한 평가 아래 놓일 수밖에 없다.
결국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높은 투명성과 독립성을 갖춰 온전히 경영진 견제 역할을 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장이 앞으로 이사회 의장으로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번에 임기 만료로 물러난 박철 전 이사회 의장은 한국은행 부총재를 지낸 관료출신으로 신한금융지주가 금융당국 등의 외압으로 받는 영향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의장도 재정경제원과 김대중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 등을 거친 관료출신인 만큼 금융당국과 신한금융지주 사이 원활한 소통으로 관계를 개선하는 데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의장은 당초 신한금융지주 사모펀드 대주주인 IMMPE에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이사회 의장에 오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특성상 사모펀드 주주와 재일교포 주주가 각각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중립성을 갖추고 양측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이 의장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 의장이 선출된 것은 그동안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 보여준 활동과 전문성을 다른 신한금융지주 이사들에게 충분히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195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김대중 대통령 재정경재비서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등을 맡았다.
제일은행과 삼성화재, 에쓰오일, LG 등의 사외이사를 거쳤고 현재 경영컨설팅회사인 코레이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