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6월 촬영된 대우산·대암산 보호지역 내 훼손 현장. <그린피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정부가 세운 생물다양성 보전 정책이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그린피스는 환경단체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과 함께 '돌아오지 못한 보호지역: 보호지역 관리 실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세운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은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가 지정한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과 물질적 가치 창출을 위한 경제활동 영역으로 허용받은 경제림 육성단지와 겹치는 면적이 약 7만4947헥타르에 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산림청은 앞서 올해 9월 '경제림육성단지 일부 지정해제 공고'를 통해 충청북도 민주지산 등 보호지역 내 약 600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을 경제림에서 해제했다.
그린피스는 "긍정적 변화이기는 하나 여전히 보호지역과 중첩된 경제림 육성단지는 상당수 존재한다"며 "다른 보호지역 부실 관리 사례도 추가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대암산은 한국 제1호 람사 습지로 등록된 천연보호구역인데 2018년에 벌채가 시작돼 약 70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이 훼손됐다. 이 가운데 10헥타르는 천연보호구역이었으며 그 외 지역 대부분도 야생동물 서식지로 개발이 금지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었다.
2008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가리왕산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장 건설을 위해 78헥타르가 보호구역에서 공식적으로 해제됐다. 강원도는 해당 지역을 올림픽 경기 이후 복원하기로 약속했으나 올림픽 폐막 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복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여창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대표는 "보호구역에서 해제돼 스키장으로 개발된 가리왕산 복원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약속이므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앞서 2022년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 가입하고 2030년까지 국토 면적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약속했다. 하지만 대암산이나 가리왕산 사례로 볼 수 있듯 정부가 지정한 보호지역은 그저 이름만 달고 있는 '페이퍼 보호지역'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현행 생물다양성 정책도 약속한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는 국토 및 해양 면적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현행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은 2027년까지 훼손 지역을 식별하고 2030년까지 우선 지역 30%부터 복원에 착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훼손되고 개발되는 보호지역을 방관한 채 목표 수치에만 집중한다면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가 목표한 실질적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보호지역 개발 행위는 야생동식물 서식처와 탄소흡수원 파괴로 이어지고 산림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만큼 한국정부에 보호지역 관련 법안을 개선하고 개발을 멈출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