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부회장은 ‘후’와 ‘숨’ 등 고급 화장품브랜드를 중심으로 중국을 공략하고 식음료부문에서는 코카콜라음료, 다이아몬드샘물, 해태음료 등을 인수합병해 키우면서 화장품사업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짰다.
차 부회장은 보수적 기업문화를 지닌 LG그룹에서 드물게 외부에서 들어온 대표이사다. 2004년 LG생활건강 대표이사에 오른 뒤 해마다 실적성장세를 이어가면서 LG그룹 내 최장수 CEO라는 타이틀도 달았다.
하지만 차 부회장의 이런 마법이 내년에도 통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
삼성증권, 유진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 6곳 정도가 LG생활건강의 좋은 실적을 전망하고도 목표주가를 내렸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논란에 따른 중국 수요 부진 가능성에도 면세점과 중국에서 발생한 견조한 수요 덕분에 놀라운 성과를 달성해 왔다”며 “하지만 LG생활건강이 앞으로 평탄치 않은 소비환경에서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하며 그동안의 성과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를 낮춘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2019년 1월1일부터 제품을 대신 사서 인터넷에 올려 파는 웨이상을 전자상거래 경영자 범주에 포함해 법적으로 규제하기로 했다. 이들은 앞으로 사업자 등록과 영업허가증 등을 갖추고 세금도 내야 한다.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은 한국 면세점에서 LG생활건강 등이 파는 화장품을 싼값에 사서 웨이상에 공급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왔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란에 따른 경제적 보복을 가했지만 따이공 수요에 힘입어 실적성장세를 이어왔는데 앞으로 이런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따이공이 LG생활건강 화장품 수요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2019년 1월을 기점으로 중국 정부 규제가 강화하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면세점을 제외한 내수 유통사업은 부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갑작스런 인기 아이템이 등장하지 않고서는 내국인 수요 부진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소비지표 등 경제 성장률이 둔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LG생활건강이 중국에 낸 후 브랜드의 매장 수도 200여 곳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LG생활건강의 성장성을 흐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화장품사업은 LG생활건강의 전체 이익에서 약 7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70%가 중국인 등에게 고급 화장품을 팔아 내는 이익이므로 중국에서 수요가 부진해지면 LG생활건강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LG생활건강 주가는 6월까지만 해도 140만 원대까지 올랐지만 현재 108만 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52주 최저가 수준에 근접해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후와 숨 등 고급 화장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하면서 중국에 진출하는 브랜드 수를 늘리고 있다"며 "향후 중국 이외의 동남아시아 지역으로도 발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