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차근차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1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다.
이 회장은 스스로 취임 1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3년이라는 임기 안에 주어진 일을 '차근차근' 해나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스스로 “지난 1년 잘 버텼다”라는 말로 취임 1년의 소회를 간단하게 정리했다.
그는 “지난해 취임할 때 이 시대 산업은행의 역할과 임무가 무엇인가의 관점에서 내 몫을 차근차근 해나가자는 소박한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큰 욕심 내지 말고 3년 동안 몇 가지라도 착실히 추진해서 성과를 내고 나가는 게 내 몫이라고 여겼고 일 년치 몫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의 과제로 크게 전통 제조업 구조조정과 신산업 육성을 꼽으며 두 가지 모두 '차근차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짧은 시간 안에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이 아니라 단 하나라도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재정비된 기업이 다시 활력을 찾도록 하는 게 산업은행의 역할”이라며 “쉬운 작업도 아니고 비용도 막대하게 들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 하면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시간이 조금 넘게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거침이 없었다.
이 회장은 원래 언론과 소통에 활발하다. 지난해 취임한 뒤 여러 차례 예고도 없이 기자실을 깜짝 방문해 민감한 현안을 놓고 거침없이 의견을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회장은 다소 적나라한 표현도 쓰며 생각을 가감없이 전했다.
말 한 마디로 구설수에 오를 수 있어 최대한 말을 아끼고 정제된 표현만 사용하는 보통의 최고경영자와 대조적이다. 이 회장은 인사말을 적은 간단한 원고조차 없이 기자간담회장에 나타났다.
그는 신사업 육성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기업을 말아먹기는 쉬워도 새로 만들어 키우기는 굉장히 어렵다”며 “길게 보고 차분하고 꾸준히, 일관되게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할 말도 많아 보였다. 기자들의 질문 하나에 5~10분을 넘기며 충실하게 답변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회자의 말에 “오늘 시간이 많다”며 “얼마든지 질문을 더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간담회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취임 1년을 축하하는 인사말이 오갔고 이 회장도 “(여러분들도) 술 먹고 시험 망치기는 쉬워도 성적 올리기는 어렵지 않느냐” 등의 농담을 던지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회장은 진가는 언제나 그랬듯이 뼈있는 쓴소리에서 나왔다.
산업 구조조정을 이끄는 산업은행의 회장으로서 , 수십 년 넘게 경제를 연구한 학자로서 깊이를 담은 쓴소리였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 노조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헐값 매각, 밀실 매각이라고 주장했는데 매각과정을 어떻게 공개하냐”며 “이럴 때 언론도 비판의식을 지니고 어떤 것이 바람직한지를 보고 기사를 써달라”고 말했다.
그는 “강남에 가서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모님들을 대상으로 벤처펀드 1조 원을 만들면 큰 상을 주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한 적도 있다”며 “부동산으로 돈 버는 나라에서 혁신기업 창업은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