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데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포토라인에 설 가능성이 커졌다.
경찰은 4일 정석기업 압수수색을 벌인 뒤 정석기업 대표 등 관계자 조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조만간 조 회장을 소환해 관련 조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오너 일가 갑횡포 파문이 터진 뒤 국토부, 관세청, 공정위 등 관계기관 10여 곳으로부터 전방위적 압박을 받아왔다.
하지만 조 회장을 향한 경찰의 소환조사 가능성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나 두 딸들이 소환조사를 받았던 것과는 압박의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이 8월20일 국세청의 진에어 세무조사가 기습적으로 이뤄진 지 2주 만에 진행된 것인 만큼 그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던 한진그룹 오너일가 관련 여러 건의 수사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석기업은 부동산 임대, 관리, 용역 등 업무를 하는 업체로 조 회장이 최대주주인 한진칼이 전체 지분의 48.27%를 보유한 회사다. 조 회장도 20.34%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있다.
정석기업은 용역 노동자를 조 회장 자택에 근무하도록 하고 용역비를 대신 지급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경찰이 조 회장을 소환하면 조 회장은 오너일가 갑횡포 파문 이후 두 번째로 포토라인에 서게 된다. 조 회장은 6월28일 수백억 원대 상속세를 탈루하고 일감 몰아주기, 통행세 가로채기 등을 통한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조 회장이 경영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의 이번 압수수색에서 조 회장에게 배임혐의가 적용된 점도 조 회장에게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7월30일 기관투자자가 주주 활동 등으로 수탁자 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하도록 하는 행동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대한항공에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 회장이 운신하기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조 회장이 최근 미국 애틀란타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영일선에 다시 나서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미국 애틀란타는 대한항공이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등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는 미국 델타항공의 본사가 위치한 도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의 미국 출장은 현재 확인해줄 수 없다”며 “조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활동 복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아직 추측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