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과 '리딩 금융그룹'의 선두를 다투는 KB금융그룹이지만 KB생명보험은 업계 17위권에 그친다. 허 사장도 그에게 주어진 과제를 알고 있다.
허 사장은 2018년 1월 취임사에서 “KB생명보험을 KB금융그룹의 위상에 걸맞은 회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KB생명보험 대표이사에 오를 때부터 안팎에서 우려가 나왔다. 보험업계에만 몸 담았던 전임 사장과 달리 보험업계에서 근무한 경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1990년 KB국민은행에 입사한 뒤 주로 은행에서만 근무했다. 보험업계 경력은 2015년 KB손해보험에서 경영관리부문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것이 전부다.
허 사장의 깜짝 이동을 놓고 인수합병을 위한 포석으로 시장은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어급 ING생명을 신한금융지주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은 점도 허 사장 처지에서는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허 사장은 KB금융그룹에서 재무 전문가로 통하는 데다 KB손해보험(LIG손해보험)의 인수 후 통합(PMI) 실무를 이끌었던 경험도 있다.
KB금융그룹이 ING생명 대신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아직 매물로 나오지 않은 만큼 실제 인수가 이뤄지기까지 갈 길이 멀다.
KB금융그룹이 지난해부터 생명보험사 인수에만 공을 들이면서 회사 내부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눈앞에 있지도 않은 인수합병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내실을 다지면서 기회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B금융그룹의 한 계열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KB생명보험에서 주요 부서뿐만 아니라 신입사원들마저 퇴사가 늘고 있다”며 “남아있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B생명보험 관계자는 “보험사의 특성을 볼 때 이직이 매우 잦을 수밖에 없다”며 “실제 보험사의 평균 이직률이 8.2~8.6%대를 오가는데 KB생명보험의 이직률은 7%대로 오히려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적 악화를 놓고는 “보험 영업이 잘 되면 초반 수수료 집행 등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 순이익이 줄어들고 오히려 영업이 잘 안 되면 비용이 덜 나가는 구조”라며 “업력이 길거나 규모가 큰 회사는 이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KB생명보험은 규모가 크지 않아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