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5월9일 '네이버 뉴스 및 댓글 개선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
도전은 혁신을 낳는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도전(挑戰)’이다. 어려운 싸움에 맞선다는 뜻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처한 상황은 특히 그렇다. 대규모 투자로 혁신을 도모 중이지만 곳곳에서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돈 쓸 데는 많은데 글로벌 경쟁사들의 기세는 높아져만 간다. ‘댓글조작’ 이슈로 소비자 눈초리가 따갑고 정치권까지 네이버를 상대로 규제의 고삐를 잡았다.
한 대표의 도전이 연착륙하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수익이 부진한 상황에서 연일 규제 이슈에 휘말려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할 것 없이 네이버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드루킹 사건’ 등 댓글조작 사태가 여러차례 불거진 만큼 그 책임을 묻는 것이다. 올해 나온 네이버 관련 규제법안만 20개가 넘는다.
물론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네이버가 뉴스 아웃링크 방식을 도입한다고 해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네이버 수익구조에서 뉴스 서비스의 비중이 생각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을 유인할 수단이 줄어드는 만큼 트래픽이 줄어들면 다른 서비스에 타격을 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네이버쇼핑과 네이버페이에 관한 규제다. 네이버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비즈니스플랫폼부분의 성장을 이 사업들이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초 네이버를 공정위의 판매수수료 조사 대상에 넣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5월 말에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한성숙 대표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형사고발까지 했다. 김 원내대표의 단식 관련 기사에 있는 악성 댓글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한 대표로서는 투자전략을 짜는 데 쓸 시간도 모자란데 힘을 쏟아야 할 곳이 너무 많다.
네이버는 기술 투자를 늘리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11.6% 줄었다. 분기 영업이익이 후퇴한 것은 2011년 3분기 이후 7년여 만에 처음이다.
한 대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에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1분기에 쓴 연구개발 비용도 329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9% 많아졌다. 인공지능 관련 인력을 1500명 확대하는 데 많은 돈이 들었다.
한 대표는 “치열해지는 경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자가 필수인 상황”이라며 “지금 미래 기술분야에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클로바 등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5년 동안 5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한 대표의 말대로 네이버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2016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유튜브 이용시간이 330%나 증가하는 동안 네이버는 15% 길어지는 데 그쳤다. 텍스트를 이용한 검색은 이제 한물 갔다는 말까지 나온다.
네이버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 플랫폼으로의 발돋움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가 성과로 돌아올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인공지능과 핀테크 등 네이버의 신규사업은 성과가 눈에 보이기까지 수년 동안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은 인력수급도 어려워 비싼 비용으로 인재를 충원할 수밖에 없다.
한 대표로서는 불확실한 앞날을 바라보고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셈이다.
이민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아직까지 신규 서비스 성과가 미흡하고 인공지능 생태계 조성을 위한 파트너십 확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핀테크 및 금융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밝히기도 했지만 규제에 막혀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 역시 “네이버는 당분간 신사업부문의 적자폭이 줄거나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지않다"며 "수익 둔화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투자자들도 네이버의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최근 네이버 주가는 70만 원대 안팎에서 움직인다. 연초만 해도 97만5천 원까지 올랐었는데 28%가량 급락했다. 5월 말에는 주가가 2년2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물론 네이버의 어려움은 단기적 '성장통'일 뿐이라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연구개발 확대는 인터넷산업의 세계적 추세이며 결국 새로운 수익원 발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국내 포털업계 최초의 여성 CEO다. 취임 당시 IT업계에서 보기 힘든 문과 출신으로도 이목을 끌었다. 도전의 위험과 결실의 달콤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