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섭 코오롱티슈진 대표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4번째 자식’의 성장통을 치료할 수 있을까?
이 회장은 1남2녀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항상 사람들에게 ‘4번째 자식’이 있다고 말한다.
이 회장이 말하는 4번째 자식은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아시아 판권을 가진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다.
▲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2017년 4월 5일 인보사 생산라인이 있는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을 찾아 인보사 개발에 대한 소회와 기대를 말하고 있다. |
이 회장은 인보사 개발을 위해 1999년 미국에 코오롱티슈진을 세웠다. 그 뒤로 20년을 기다렸다.
인보사는 지난해 7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출시를 허가받았고 코오롱티슈진도 지난해 11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 회장의 4번째 자식은 이제 20세 ‘성인’이 된 듯했다. 그러나 이후 극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일본 미츠비시타나베제약에 인보사를 기술수출했지만 미츠비시타나베제약은 기술수출 계약을 파기하겠다며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국제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소송전으로 코오롱티슈진의 기술수출 전망은 어두워졌다. 코오롱티슈진은 연구개발기업이라 기술수출을 하지 않으면 흑자 전환이 사실상 힘들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해 매출 32억 원, 영업손실 151억 원을 냈다.
이대로 가다가는 코오롱티슈진이 상장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코오롱티슈진은 미국 법인이라 기술특례 상장이 아닌 일반 상장을 했다. 이 때문에 4년 연속 적자를 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다음해에도 적자를 내면 상장 실질심사를 받고 상장폐지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임상3상은 언제 시작되는지 전망이 불투명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을 2015년 5월부터 준비했으나 미국 식품의약국과 사전 협의된 조건을 맞추지 못해 추가 임상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악재가 겹치면서 코오롱티슈진 주가도 최근 맥을 못췄다. 주가는 올해 초 6만 원을 넘어섰으나 최근 3만원 초반까지 떨어지며 반토막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희망을 품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7월1일부터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인보사 미국3상은 2021년 9월 끝나는 일정으로 코오롱티슈진은 2022년 인보사의 생물의약품허가(BLA) 승인을 받은 뒤 2023년부터 인보사 판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범섭 코오롱티슈진 대표도 미국 보스턴에서 4일부터 7일까지 열린 2018 바이오인터내셔널컨벤션(바이오USA)에 참가해 인보사 홍보활동에 매진했다.
바이오USA는 전 세계 76개국에서 5천여개사, 약 2만 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바이오행사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단독부스를 설치하고 인보사 홍보에 나섰는데 이 대표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인보사 등 코오롱그룹의 바이오사업을 이끌었다.
서울대학교 병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아이오와주립대학교에서 병리·약리학 박사를 마친 뒤 타케다제약에서 근무했다. 2011년부터 코오롱생명과학에 합류해 연구개발(R&D)센터장,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지난해 5월부터 코오롱티슈진 공동대표에 올라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공동대표와 함께 코오롱티슈진을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바이오USA에서 인보사의 미래를 자신했다.
그는 인보사가 미국 임상3상에서 근본적 치료제(DMOAD)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봤다. 인보사는 지난해 7월 식품의약국안전처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았는데 근본적 치료제가 아닌 ‘무릎통증 및 기능개선 효과’만 인정받았다.
인보사가 근본적 치료제로 인정받는다면 코오롱티슈진의 기업가치는 급등할 수 있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오롱 측은 인보사의 연간 매출을 최대 32억 달러로 예상하나 근본적 치료제로 인정받으면 연간 매출이 최대 54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2년이 지나야 구조 개선이 나타나는데 한국에서 임상은 기간이 짧았고 환자 수도 적어 연골재생 효과를 통계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웠다”며 “미국 임상3상은 미국 70개 병원에서 총 1020명을 대상으로 하기에 근본적 치료제로서 승인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인보사가 근본적 치료제로서 인정을 받을지 여부는 임상3상 중간결과 발표를 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추가 기술수출, 판권 계약을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60여 곳을 이미 확보했고 관련 투자미팅도 3월에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