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에 대응해 충북 청주에 새로 짓는 M15공장의 가동계획을 계속 앞당기고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객사의 가격 부담이 낮아져 수요가 늘어나면서 SK하이닉스가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29일 "SK하이닉스의 M15공장이 9월에 조기 완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낸드플래시와 SSD시장에서 점유율을 본격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착공한 M15공장은 3D낸드 공정 기반의 낸드플래시 전용 생산공장으로 투자 규모가 16조 원에 이른다.
당초 M15공장의 완공 예정시기는 2019년 6월이었는데 SK하이닉스는 목표를 올해 연말로 앞당겼다. 4월 컨퍼런스콜에서는 시기를 이보다 1~2개월 단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박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시설 투자 규모를 볼 때 완공시기가 9월까지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는 것은 3D낸드 공정 주력상품인 기업용 SSD의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 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미 MS와 아마존 등 대형 IT업체에 72단 3D낸드 기반의 기업용 SSD 공급을 확정했다. 다른 고객사들과도 제품 공급을 위한 인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72단 3D낸드 공정은 기업용 SSD나 고용량 메모리의 생산효율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지난해 말부터 양산이 시작됐지만 생산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SK하이닉스가 최근 낸드플래시 공장 가동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72단 3D낸드의 수율이 충분히 안정화돼 단기간에 출하량을 확대할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공장 가동을 가급적 앞당기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며 "연말로 계획했던 것보다 1~2개월 정도는 충분히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초부터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사업을 확대하는 데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낸드플래시 원가에 부담을 느꼈던 고객사들이 가격 하락을 계기로 수요를 크게 늘리면서 SK하이닉스에는 오히려 시장 진출을 확대할 기회가 되고 있다.
박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으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메모리반도체 원가 부담이 완화됐다"며 "주춤했던 SSD 수요도 가격이 낮아지며 다시 상승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 충북 청주의 SK하이닉스 M15공장 건설현장. |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자료를 인용해 SK하이닉스의 올해 낸드플래시 출하량 성장률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를 모두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수요 확대에 맞춰 점유율을 늘리기 가장 유리한 위치에 놓인 것이다.
삼성전자와 도시바, 웨스턴디지털 등 낸드플래시 점유율 상위 업체들은 올해 말까지 64단 3D낸드 공정으로 생산한 모바일 메모리와 SSD를 주력상품으로 앞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더 앞선 72단 3D낸드 공정을 앞세워 당분간 기술적 우위를 지킬 공산이 크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72단 3D낸드 기반의 낸드플래시는 연초 내놓았던 계획대로 모바일과 서버 고객사에 모두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