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시바 반도체사업인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참여하게 되면서 ‘반도체 SK’를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최 회장은 올해 취임 20주년을 맞았는데 도시바메모리 인수 참여로 SK그룹이 다시 한 번 더 도약하게 될 수도 있다.
도시바는 18일 “도시바메모리 매각과 관련한 필요한 모든 반독점 승인을 받았다”며 “6월1일까지 거래를 마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바가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가 참여한 베인캐피털 컨소시엄과 반도체사업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8개월 만에 인수가 확정된 셈이다. 대금을 입금하고 공시적 서명만 하면 인수절차는 마무리된다.
최 회장은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그룹 총수로서 존재감을 보이며 SK하이닉스의 인수 참여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은 도시바가 반도체사업 매각 방침을 밝힌 지 두 달 뒤인 지난해 4월 직접 일본을 방문하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독자 인수가 어려워지자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과 손을 잡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애플까지 끌어들였다. 외연을 확장하고 인수금액을 늘리려는 최 회장의 승부수였는데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결정적 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중국 정부가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 승인을 늦추고 있을 때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2차례나 중국 출장길에 오르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9월 도시바 반도체사업과 관련해 “인수가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바와 동반자의 관계를 이어가며 장기적 관점에서 반도체사업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계약 조건에 따라 향후 10년 동안 도시바메모리 지분 15%를 초과해 취득할 수 없고 기밀정보 접근도 차단된다.
이런 조건에도 최 회장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은 도시바메모리가 SK그룹의 반도체사업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최근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SK그룹의 반도체사업 시너지를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6년 반도체 가스회사 SK머티리얼즈, 2017년 웨이퍼 전문회사인 SK실트론을 차례로 인수하며 SK그룹 반도체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위한 기반을 닦았다.
지난해 7월에는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 위탁사업부를 SK하이닉스시스템IC로 분리해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키우고 있다.
D램 단일제품에 의존도가 높은 SK그룹의 반도체사업 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최 회장이 도시바메모리 인수 참여를 결정한 것도 SK그룹이 상대적으로 약한 낸드플래시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올해는 최 회장이 SK그룹 총수가 된지 꼭 20주년이 되는 해다.
최 회장은 2008년 그룹 회장을 맡았고 3년 뒤인 2011년 적자에 허덕이던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를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3조7천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최 회장의 인수 결정은 '신의 한 수'라 평가받을 만하다.
도시바메모리 인수 참여는 최 회장의 또 다른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