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종 LG전자 VC사업본부장 사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우직함을 강조한다.
자동차 전장사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긴 호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LG전자가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회사 ZKW를 인수해 자동차 전장사업의 도약에 필요한 전기를 마련한 만큼 이제는 그가 성과를 보여줄 때가 됐다는 요구도 무겁다.
27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LG전자는 ZKW 인수로 전장사업을 맡는 VC사업본부의 외형을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ZKW는 글로벌 자동차 전장시장에서 세계적 수준의 헤드램프 기술력을 보유한 오스트리아 전장회사다. 이르면 올해 4분기부터 VC사업에 ZKW 실적이 반영된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기다리던 ZKW를 손에 넣었다”며 “올해부터 당장 이익을 창출하고 장기적으로 ZKW의 고객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우종 사장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자동차 전장사업은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하다. 단 한 번의 부품불량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완성차회사들은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한다.
또 완성차회사들은 자동차 부품회사와 오랜 시간 두터운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러 모로 후발주자가 파고들 여지가 적은 시장인 셈이다.
그러나 인수합병을 통하면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 LG전자가 글로벌 완성차회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ZKW의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훨씬 수월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우종 사장은 ZKW 인수로 전장사업의 성공에 꼭 필요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됐다.
그러나 부담도 적지 않다. LG그룹 차원에서 1조4천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ZKW를 인수한 만큼 투자 성과를 실적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눈앞의 과제는 올해 안으로 VC사업본부의 실적을 흑자로 돌려 놓는 일이다.
LG전자의 VC사업은 2017년 1천억 원이 넘는 적자를 봤다. 2016년 632억원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도 170억 원에 이른다.
올해는 VC사업본부가 출범한 지 5년째 되는 해이자 LG그룹이 VC사업본부의 전신인 V-ENS를 설립한 지 14년째 되는 해다. 초기 투자단계라며 위안을 삼기도 어려운 시점이다.
이런 탓인지 올해 초부터 VC사업본부에 ’특명’이 내려졌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LG전자 고위 경영진들이 VC사업본부 임원진들에게 무조건 흑자를 내라는 엄명을 내렸다는 것이다. 경영진은 ZKW라는 강력한 성장 엔진까지 지원했다.
이제 VC사업본부의 성패는 오롯이
이우종 사장의 몫으로 남게 됐다.
VC사업은 이 사장의 말처럼 긴 호흡이 필요한 사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5년은 '몸풀기'만 하기에는 상당히 긴 시간이다. 그의 ‘우직함’이 이제 수확을 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