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지키라고 만든 것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4년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사고 처분을 놓고 한 말이다.
조 회장이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쓰는 것이 불법이란 걸 모르고 이런 말을 했던 것일까?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대한항공 경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폭로해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비리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휴가비용을 대한항공 판촉비나 접대비로 처리했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전 대한항공 비서실 직원의 이메일을 MBC는 26일 오후 보도했다.
이메일 내용대로라면 한진그룹 오너일가에 횡령이나 배임이 성립할 공산이 크다.
애초 조 회장과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회삿돈을 유용해 평창동 자택 보수공사에 쓴 혐의로 검찰 수사선 위에 올라 있다.
갑횡포 논란은 물론 불법으로 여겨지는 행위들도 속속 드러나면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나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대한항공 경영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대한항공 경영권 퇴진 등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횡포와 비리 의혹이 국민연금 수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꼬집은 만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의 도입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서울 중구의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대한항공 경영진의 일탈 행위와 삼성증권의 배당오류는 두 회사 주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고”라며 “국민연금 투자 수익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일들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고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적극적 의결권 행사 등 위탁자금과 관련해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명시한 지침이다. 애초 정부는 이르면 7월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에 이사 해임 안건을 제안하고 주주총회를 소집해 이사 해임을 결의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2.68%를 보유해 2대주주다. 대한항공 최대주주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인데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주총회 표 대결로 대한항공 이사 해임 결의를 이끌어내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진그룹 오너일가 비리 의혹이 지속적으로 불거져 사정당국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까지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경영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 대한항공에 부담이 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지분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기관투자자의 투자 결정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주가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횡포 논란이 터져 나온 뒤 급락한 뒤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소액주주들도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퇴진을 추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이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대한항공 소액주주들로부터 의결권 위임을 받아서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교체하거나 정관을 변경하는 등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