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월9일 유럽 베니스에서 열린 '2018 셀트리온헬스케어 인터내셔널 써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
“소시민은 항상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일본 야구선수인 노모 히데오가 끊임없는 도전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했던 말로 알려져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바이오시밀러로 미국시장을 제패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글로벌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로부터 평가절하를 받아야 했다.
지난해 가을, 모건스탠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만나본 투자자들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미국 시장에서 목표로 삼은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램시마의 시장 점유율 목표치 30%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불과 반년 만에
서정진 회장은 모건스탠리가 만나봤던 투자자들을 ‘소시민’으로 만들고 있다.
존슨앤존슨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램시마 때문에 오리지날 바이오의약품인 레미케이드의 미국 매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22.5%나 감소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신재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레미케이드 미국 매출 감소 중심에는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있다”고 분석했다.
셀트리온이 램시마를 통해 ‘철옹성’이었던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무너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램시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의약품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레미케이드는 존슨앤존슨의 대표 바이오의약품으로 존슨앤존슨의 의약품 전문 자회사인 얀센이 제조하고 있다.
레미케이드는 류마티스관절염, 강직성척추염, 성인궤양성대장염, 크론병 치료 등에 쓰이며 연간 글로벌 매출이 7조 원이 넘었다.
셀트리온은 2013년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세계 최초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의 판매허가를 받았고 유럽시장에 램시마를 출시했다.
2016년 말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도 램시마 판매허가를 받았고 2017년부터 ‘인플렉트라’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램시마 미국 판매는 출시 이후 꾸준히 늘어났다.
2017년 1분기 매출은 1700만 달러였고 2분기에는 2300만 달러, 3분기에는 3400만 달러, 4분기에는 4400만 달러까지 늘었다. 지난해 누적 총 매출은 1억1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0월 말 이와 관련해 ‘램시마의 미국 바이오시밀러시장 침투는 회의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존슨앤존슨이 밝힌 2017년 3분기 레미케이드의 미국 매출은 12억600만 달러로 2016년3분기보다 1.3% 감소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램시마 매출이 늘어난 이유는 오리지날 레미케이드시장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30%가량 싼 가격 때문에 새로운 이용자가 유입된 것이었다.
존슨앤존슨이 사보험체계인 미국에서 보험사에 레미케이드의 공급 가격을 깎아주는 대신 램시마의 원천 공급을 막는 전략을 펼쳤던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결국 존슨앤존슨이 철벽같이 세웠던 미국 레미케이드 방어벽은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램시마의 미국 판매를 대행하는 화이자는 지난해 9월 필라델피아 연방지방법원에 존슨앤존슨이 램시마의 공급을 막기 위해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식료품노조도 같은 법원에 같은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셀트리온은 이후 가격 공세와 더불어 유럽에서 2013년부터 쌓은 신뢰도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램시마는 지난해 4분기부터 유럽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52%를 달성하며 레미케이드를 넘어섰다.
이런 요소들 덕분에 올해 1분기부터 미국 레미케이드 방어벽이 본격적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램시마의 미국시장 확대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정진 회장은 올해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대대적 가격 공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가격을 오리지날 의약품보다 15% 낮춰 잡으면 20~30%까지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30% 낮추면 50%, 절반까지 낮추면 80% 이상까지도 늘 수 있다”며 “화이자와 가격을 오리지널 약의 50%까지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움직임도 셀트리온의 시장 확대에 우호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가 인하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 최고 수장인 스콧 고틀립 국장도 올해 3월 미국 바이오시밀러시장을 앞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램시마에 이어 후속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와 허쥬마도 미국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트룩시마는 혈액암 치료 바이오의약품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이고 허쥬마는 유방암 치료 바이오의약품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6월과 7월 미국 식품의약국에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최근 ‘허가 보류’ 통지를 받았지만 올해 1월 공장 실사 과정에 받은 경고장(warning letter) 문제를 해결하면 출시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셀트리온은 보고 있다.
서 회장의 계속되는 도전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