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의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할 수도 있다.
BNK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의 새 인수자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외부 회계법인을 선정해 하이투자증권를 인수한 뒤 5개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금융당국의 승인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DGB금융과 하이투자증권은 1월부터 두 회사 임직원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인수 후 통합(PMI)’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 및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점이 오히려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그동안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을 둘러싼 ‘CEO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 쉽게 인수를 승인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의 사임으로 가장 큰 리스크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금융당국의 심사를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회장이 물러난 뒤 그룹 최고경영진이 아직 꾸려지지 않은 데다 대구은행의 채용비리 및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뿐 아니라 다른 경영진도 비자금 조성 및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되는 등 DGB금융그룹의 조직적 비리로 확대될 수도 있는 만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DGB금융지주의 대주주 적격 여부가 바뀔 수도 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새로 온 상황에서 금감원의 심사일정이 더욱 불확실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김 원장이 더욱 깐깐한 심사 잣대를 들이댈 수도 있는 데다 김 원장 본인과 금감원을 향한 여론의 뭇매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오래동안 미뤄왔던 심사일정을 빠르게 진행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여 동안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BNK금융지주가 다크호스로 꼽힌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취임한 뒤부터 증권사의 경쟁력 강화에 관심을 보여왔던 만큼 하이투자증권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이 부산지역을 기반으로 한 회사로 부산·울산·경남에 상대적으로 지점이 많다는 점도 BNK금융지주측에서 관심을 보일 만한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매각일정이 계속 미뤄지면 SK처럼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SK는 지난해 케이프컨소시엄에 SK증권 지분 10%를 매각하기로 했지만 금융감독원의 승인이 6개월 가까이 떨어지지 않자 사모펀드인 J&W파트너스를 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다만 아직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무산되지 않은 데다 DGB금융지주와 하이투자증권이 인수합병 성사를 위해 힘쓰고 있는 만큼 BNK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 인수합병 가능성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