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의 '낙원'에 동이 트고 있다.
전 회장이 원하는 파라다이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같은 ‘복합리조트 왕국’이다. 그 꿈을 이루려 지난해 지은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가 설립과 동시에 사드보복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다시 중국에서 훈풍이 분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사드보복을 멈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파라다이스시티가 올해 의미있는 방문객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효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파라다이스시티는 중국 관광객의 회복 시기와 맞물려 2차 시설 개장을 앞두고 있다”라며 “향후 몇 년은 동북아 지역의 유일한 복합리조트로서 카지노 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전 회장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제2의 라스베이거스’의 야망이 여기에 달렸다.
전 회장은 카지노업계의 대부로 불리던 아버지가 타계하면서 2004년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가업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카지노를 넘어 복합리조트 사업자로 올라서겠다며 8년 전 ‘파라다이스웨이’라는 비전을 발표했는데 파라다이스시티는 그 출발점이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지난해 4월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열었다. 동북아시아 최초의 복합리조트다. 대지면적만 33만㎡로 축구장 47개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호텔과 카지노, 컨벤션홀 등 1차 시설이 먼저 개장했고 9월에는 부티크호텔과 스파, 쇼핑시설, 클럽 등이 추가로 생긴다.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시티에 1차 공사비로만 1조3천억 원을 쏟아부었다. 2차 시설공사까지 포함하면 투자비가 2조 원에 육박한다. 파라다이스그룹 연간 매출이 1조 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무모하다고 볼 수도 있다.
더욱이 시작부터 일이 꼬였다. 개장과 동시에 사드 이슈가 터지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었다. 설상가상 홍보 효과를 노리고 80억 원을 투자한 영화 ‘리얼’까지 흥행에 참패하고 말았다.
당초 파라다이스시티 연간 방문객으로 진 회장은 150만 명을 기대했지만 준성수기인 지난해 5월 방문객은 6만 명가량에 그쳤다. 목표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영종도에 다른 복합리조트들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현재 중국 푸리그룹이 7400억 원을 들여 시저스리조트, 미국 MGE가 1조8천억 원을 들여 인스파이어를 짓는 중이다.
전 회장에게는 ‘중국발 잭팟’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아직은 사드이슈 해소 효과를 섣불리 기대하기 어렵고 방문객이 얼마나 늘지도 예상하기 힘든 시점”이라면서도 “다른 복합리조트가 생기면 집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에 최초로 복합리조트를 세워 도시 재창조의 신화를 쓴 이는 셸던 아델슨 샌즈그룹 회장이다. 그는 ‘카지노 황제’로도 불리는데 한 인터뷰에서 “‘현상유지를 깨뜨리는 차별화’가 내 원칙”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하는 그대로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아델슨 회장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데 그의 ‘창조와 도전정신이야말로 파라다이스의 DNA’라는 신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파라다이스는 지난해 3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 회장이 경영을 맡은 뒤 처음 본 손해다. 파라다이스시티를 운영하는 종속회사 파라다이스세가사미가 영업손실 327억 원을 본 탓이 컸다.
아직은 한밤중이지만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다. 전 회장도 그럴까?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