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8-02-26 17:08:09
확대축소
공유하기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경영공백에도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까?
26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허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총수 부재로 현대오일뱅크와 합작회사 설립 등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부회장.
허 부회장은 최근 한국석유화학협회 이사회·정기총회를 마친 뒤 “국내외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며 인수합병 등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와 합작회사 설립을 놓고 허 부회장은 “현대오일뱅크가 결정하는 것이지 롯데케미칼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며 계속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허 부회장이 올해 1월 석유화학협회 신년인사회에서 “현대오일뱅크가 선택권을 쥐고 있어 롯데케미칼이 가장 유력한 합작사업 후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현대오일뱅크와 합작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신뢰를 쌓았다고 생각한다”며 “소극적으로 할 것이라면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던 것과 비교하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법정구속 되면서 롯데케미칼이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 회장은 2015년 삼성그룹의 화학부문 계열사를 인수할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직접 만나 거래를 제안했을 정도로 롯데케미칼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케미칼이 현대오일뱅크와 합작회사를 세우는 것도 수 조 원 규모의 사업일 수 있어 신 회장의 뜻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 회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사업을 추진하는 데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롯데케미칼은 2016년에도 미국 석유화학회사 엑시올을 인수하려다가 신 회장 등이 비자금과 관련해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인수계획을 포기한 적도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로부터 경영간섭을 받으며 대규모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케미칼 최대주주는 롯데물산인데 롯데홀딩스가 롯데물산의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롯데홀딩스는 롯데케미칼 지분도 9.3% 보유하고 있어 롯데케미칼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롯데홀딩스 단독 대표이사인 쓰쿠다 다카유시 사장이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당장 롯데케미칼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신 회장이 오래 자리를 비울수록 롯데홀딩스에 미치는 영향력도 약해질 수 있는 만큼 롯데케미칼이 중장기적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