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이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인찬 SK플래닛 대표이사 어깨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이 대표는 SK텔레콤 등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강화해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온라인커머스 플랫폼 ‘11번가’의 적자폭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이 지난해 4분기에 영업손실을 줄이지 못하면서 올해도 실적 개선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플래닛은 지난해 4분기에 영업손실 900억 원을 냈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3분기에 낸 영업손실 552억 원과 비교하면 적자폭이 증가했다.
SK플래닛은 지난해 광고사업부문을 매각하고 커머스에 집중하는 등 고강도 체질 개선을 진행했는데 기대만큼 영업손실을 줄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준선 KB증권 연구원은 “SK플래닛은 지난해 4분기에 영업손실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라며 “SK플래닛은 올해 실적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인찬 대표는 SK플래닛의 모회사 SK텔레콤 등과 제휴를 늘려 11번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5일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부터 SK플래닛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제휴와 투자유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단순히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보다는 사업 사이의 시너지가 가능한 제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SK플래닛을 이끌고 있는데 지주사 SK와 SK텔레콤을 거쳤고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도 역임했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그룹 계열사와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SK플래닛은 이미 SK텔레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통해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SK텔레콤은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11번가 데이터이용료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
SK C&C부문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에이브릴’을 쇼핑서비스에 접목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브릴은 산업용으로 개발돼 SK텔레콤의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보다 SK플래닛에서 더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표는 1월2일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신년인사를 올려 “올해 SK플래닛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고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과 시너지를 통해 고객 가치를 높이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율적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다. SK플래닛이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마케팅 비용 대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플래닛은 지난해 11월 ‘십일절 페스티벌’을 통해 11일 동안 거래액 4400억 원을 달성하는 등 거래액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11번가의 지난해 거래액은 9조 원에 이르러 업계 1위인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공격적 마케팅으로 비용이 늘어나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 대표는 올해 비용을 줄이면서도 효과를 극대화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 대표는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장, SK브로드밴드 마케팅부문장 등을 거친 대표적 마케팅 전략가로 꼽힌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플래닛은 마케팅 비용을 줄여 영업손실 폭을 지난해 2683억 원에서 올해 1372억 원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비용통제에 성공한다면 내년에는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