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가 맵다. 박세훈 한화갤러리아 사장한테 딱 들어맞는 말이다. 한화갤러리아가 국내 백화점 빅3 틈에 끼여 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
|
|
▲ 박세훈 한화갤러리아 대표 |
박 사장은 요즘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오는 13일 갤러리아 명품관이 10년 만에 리뉴얼을 마치고 새로 문을 연다. 지난 1월부터 새단장을 진행했다. 획일화한 동선과 매장 구성에서 벗어나 브랜드별로 경계가 사라진 국내 최초의 오픈형 매장을 지향하고 있다. 서쪽의 1층과 지하1층을 제외한 모든 층에 대한 대대적 공사로 사실상 전신 성형을 했다.
박 사장은 오픈형 매장으로 꾸미는 것과 관련해 “여러 브랜드가 모여있는 장소로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갤러리아백화점 자체가 브랜드가 되길 원했다. 거대한 편집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백화점 시장 규모는 30조 원으로 추산된다. 빅3 가운데 롯데백화점이 45%, 신세계백화점이 20%, 현대백화점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5%에 불과하다. 그래도 백화점 매출이 예전과 같지 않은 상황에서 한화갤러리아는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액이 2009년 4105억 원에서 2013년 4949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2년 영업이익은 587억 원으로 그 전해에 비해 11.2% 줄어들었지만, 빅3의 영업이익이 평균 13.4% 감소한 것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가 선방하는 데는 박 사장이 추진한 차별화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2년 갤러리아 명품관은 식재료와 음식접을 결합한다는 새로운 전략 아래 서울의 유명 맛집 19곳을 입점시켰다. 그 결과 식품관 방문객 수는 60%, 매출은 25% 늘었다. 이 과정에서 박 사장은 50여 명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입점업체를 선발하는 과정을 주도했다. 유명 요리사를 영입하기 위해 비오는 날 직접 꽃다발을 들고 집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또 명품 백화점이라는 브랜드에 걸맞게 외국인 상대 마케팅을 강화했다. 중국인 매출이 서울 강남지역 백화점 가운데 1위다. 갤러리아 명품관은 최근 3년 동안 외국인 매출이 해마다 100%씩 늘어났다. 박 사장은 "갤러리아라는 브랜드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고객이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디테일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최초 명품 백화점이라는 브랜드를 확대하는 전략을 통해 백화점 빅3의 틈 속에서 자리를 잡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갤러리아백화점 측은 “시스템, 타임, 오브제 같은 캐릭터 브랜드의 80% 이상이 갤러리아 입점을 시작으로 성장했다”며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같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 역시 한국 시장에 진입할 때 갤러리아에 처음 입점했다는 사실은 국내 명품시장에서 갤러리아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면세점 사업 진출도 꾀하고 있다. 최근 제주공항 면세사업권을 따냈다. 그는 “면세점 사업은 기존 백화점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매장 운영 방식은 많이 배워야 하지만 꼭 성공해 낼 것”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는 부산지점도 2016년 개관하는데 규모보다는 호텔같은 서비스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박 사장은 1967년생으로 미국 브라운대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과 인연으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에서 일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비롯해 슈퍼매치, 슈퍼토크 등을 기획했고, ‘색깔 마케팅’을 펼쳐 현대카드가 자리잡는 데 일조했다.
박 사장은 2012년 3월 한화갤러리아 CEO로 영입됐다. 당시 45살이었는데 현대카드에서 보여준 창의적 마케팅으로 갤러리아백화점을 바꿔낼 것이라는 기대와 명품백화점으로 위상이 많이 추락한 갤러리아백화점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엇갈렸다. 그러나 취임 7개월 만에 식품관을 새로운 전략으로 단장하는 등 전혀 다른 변화를 보여줘 주목을 받고 있다.
박 사장은 인물이 준수해 ‘재계의 현빈,’ ‘엄친아 종결자’라는 별명이 붙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