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면 롯데그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여러 사업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임직원들의 심적 타격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27일 재계와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신 회장 부재가 현실화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에 몸담고 있는 한 직원은 “신동빈 회장이 징역 10년을 구형받은 다음부터 롯데그룹이 내내 침체돼 있는 상태”라며 “직원들이 회장님 부재라는 말을 섣불리 꺼내지도 못할 만큼 다들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검찰로부터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받았는데 선고공판은 12월22일 열린다. 법조계와 재계에서 징역 10년은 법리적으로 봤을 때 1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쉽지 않은 형량이라는 의견이 많다.
롯데그룹은 국내 5대 그룹 가운데 LG그룹과 함께 총수 부재를 단 한 번도 겪지 않았다. 또 신격호 명예회장 시절부터 총수의 카리스마가 워낙 강한 그룹이기도 하다. 신동빈 회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예전과 분위기가 다소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신동빈 회장의 그룹 내 존재감이 매우 크다.
신동빈 회장이 없는 롯데그룹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롯데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신 회장이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외를 오가며 다양한 사업을 직접 챙긴 데다 최근 1년 사이 롯데그룹이 신 회장 주도로 대대적 변신을 해왔던 만큼 신 회장이 부재할 경우 롯데그룹 임직원의 허탈감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올해 매우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지난 2월 정기임원인사에서 BU체제가 도입됐고 4월 롯데그룹의 새로운 비전인 ‘라이프타임 밸류 크리에이터(Lifetime Value Creator)’가 선포됐다. 롯데지주가 10월 출범하면서 동시에 롯데그룹 CI(기업이미지)도 교체됐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신동빈 회장 이후 롯데그룹이 바뀌고 있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에 줄줄이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선 호텔롯데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상장시기가 더욱 불투명해졌다.
롯데그룹이 호텔롯데의 상장을 다시 추진해도 호텔롯데가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다. 한국거래소는 대표이사가 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를 받은 기업에 대해 상장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사업에도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해외로 눈을 돌려 다양한 계열사를 통해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그룹이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제과 등을 통해 동남아와 유럽, 미국 등에서 투자했거나 투자할 예정인 해외사업의 규모만 100억 달러(약 10조8천억 원)에 이른다.
해외사업의 경우 투자규모가 크고 사업과정에서 각국 정재계 인사들과 쌓은 인맥이 중요한 만큼 총수 공백의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 회장이 롯데지주를 비롯한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등기이사에서 물러나야 할 이유는 없다. 상법상 일반회사의 경우 전과가 이사의 자격제한 요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이 길어질수록 신 회장의 거취문제를 놓고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신 회장은 지주사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등에서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일본에서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곧바로 물러나거나 이사회를 통해 해임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서 이런 기업문화가 자리잡은 데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지분을 1.4%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아 기반도 취약하다.
국내외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롯데그룹이 검찰수사를 받던 시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그 이유를 놓고 최근 재판에서 “일본의 한 은행이 주거래 은행인데 검찰수사를 받으니 대출기간을 3개월 제한하겠다고 통보했다”며 “국내 다른 주거래 은행들도 같은 조처를 취하면 부도가 날까봐 겁이 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