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은행연합회장은 관료출신에게 돌아갈까?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와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등 현업에서 떠난 지 오래된 관료출신들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과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
다만 ‘낙하산 인사’ 논란과 ‘올드보이 귀환’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민간출신인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도 주요 후보로 꼽힌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최종후보군을 좁힌 뒤 29일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
은행연합회는 은행장 10여 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결정한 후보를 회원은행 22곳의 대표들이 총회에서 추대하는 방식으로 회장을 선임한다.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군에는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와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등 관료출신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장우 전 BS금융지주 회장,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 김태영 전 NH농협은행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윤용로 전 행장과 민병덕 전 행장은 은행협회장을 맡을 생각이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료출신 가운데 홍재형 전 부총리와 김창록 전 총재가, 민간출신에서는 신상훈 전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민간출신인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지만 은행장들은 더욱 강한 대관능력을 갖춘 고위관료를 지낸 인사를 협회장으로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손해보험협회장을 맡으면서 은행연합회도 이에 맞춰 ‘급이 높은’ 인사를 찾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용덕 회장은 1950년생으로 관세청장과 건설교통부 차관,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관료출신 ‘원로인사’다.
홍재형 전 부총리와 김창록 전 총재는 김 회장보다 나이가 더 많은 데다 경력에서도 밀리지 않는 인물들로 평가된다.
홍 전 부총리는 1938년생으로 관세청장과 수출입은행장, 외환은행장, 재무부 장관,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등을 맡고 제16대~제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 전 총재는 1949년생으로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과 국제금융센터 소장, 금융감독원 부원장, 산업은행 총재 등을 맡았다.
홍 전 부총리의 경우 80세 고령이라는 점 때문에 ‘올드보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홍 전 부총리는 몇몇 언론과 인터뷰에서 회장을 맡으면 협회를 잘 이끌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보였다.
홍 전 부총리가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된 항소심에서 유죄판결(벌금형)을 받았지만 은행연합회는 후보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내리면서 사실상 내정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채용비리와 노사갈등 등을 이유로 주요 은행들이 사정당국의 칼끝에 서게 된 데다 은행권과 증권업계가 서로의 업무영역을 두고 눈치싸움을 펼치고 있는 점도 은행장들이 차기 회장으로 대관능력이 높은 관료출신을 원하는 이유로 꼽힌다.
최근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등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다만 손해보험협회장 선임 이후 ‘낙하산인사’ 및 ‘올드보이 귀환’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점은 변수로 꼽힌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국정감사에서 “지금은 핀테크시대인데 언론에 금융협회장으로 거명되는 분들은 20년 전에 금융을 담당했던 분”이라며 “이들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국감에서 주요 금융협회장에 현업에서 떠난 지 오래된 고위관료출신들이 오르는 데 비판적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은행연합회 이사회가 민간출신을 뽑기로 할 경우 신상훈 전 사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신 전 사장은 현재 우리은행 사외이사를 맡고 있지만 은행연합회장에 선임될 경우 우리은행측에 양해를 구하겠다며 도전의지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