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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왼쪽)과 조나단 놀란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인터스텔라’가 개봉 8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돌풍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이맥스관을 중심으로 암표까지 등장하고 일부 영화관은 입장권 판매를 제한하는 조치까지 내놨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를 보면 인터스텔라는 13일 35만9108명을 포함해 누적 관객 수 304만6324명을 기록했다.
영화는 웜홀을 통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세계적 물리학자 킵 손 박사의 이론을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우주로 떠나는 사람들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전작 ‘인셉션’을 비롯해 ‘메멘토’, ‘다크나이트 시리즈’, ‘배트맨’ 3부작 등으로 국내에도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다. 인터스텔라는 놀란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인터스텔라는 6일 개봉 이후 3일 만에 100만, 5일 만에 200만을 넘어 비수기 국내 극장가에 흥행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디고, 우리가 누구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우주에 나간 인간의 삶은 평행선에 있다. 우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우주에 나가면 죽음은 더욱 확실해진다. 그래서 우리가 누구인지 더 궁금해진다.”
인터스텔라는 놀란 감독의 2010년 개봉작 ‘인셉션’과 거울구조를 이룬 영화다. 인셉션이 인간 내면을 탐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인터스텔라는 우주의 외부를 파고든다.
인터스텔라는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블레이드 러너’의 SF서사시 계보를 잇고 있지만 과학이론과 현대철학, 드라마적 측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터스텔라는 35㎜ 필름과 아이맥스, 2D 디지털, 4D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영되고 있는데 아이맥스 전용 카메라로 촬영한 분량이 1시간 이상으로 할리우드 영화사상 가장 길다.
이 때문에 국내 아이맥스관은 주말 기준으로 한 달 이상 예매가 거의 끝난 상태다. 온라인 게시판을 중심으로 원래 1만2천 원짜리 표값이 두배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CJCGV는 암표를 막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1회당 8매까지 예매 인원을 제한하겠다고 공지했다.
인터스텔라의 제작비는 1억6천만 달러 정도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견주어도 적지 않은 규모다.
놀란 감독은 스튜디오 블루스크린 앞에서 배우의 움직임을 담고 다시 CG와 특수효과를 입히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직접 세트를 만들어 촬영하느라 천문학적 제작비를 쏟아부었다. 그는 세련되고 정교한 ‘가짜’ 대신 다소 촌스럽고 어설픈 ‘진짜’를 고집한다.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대규모 옥수수밭도 영화를 위해 실제 경작했다. 황사는 골판지를 갈아서 대형 선풍기에 날렸고 4.5톤이 넘는 우주선도 실제 제작했다. 제작된 우주선은 아일랜드 빙하 촬영을 위해 조각을 내 공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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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터스텔라' 포스터 |
놀란 감독은 영화감독이지만 할리우드 영화 제작시스템 안에서 비즈니스적으로도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스튜디오들은 디지털 기술보다 필름을 선호하는 고집, 대형 아이맥스 스크린에 대한 집착, 철통같은 비밀 엄수 등 놀란의 개인적 취향에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놀란 감독은 외부의 간섭 없이 온전히 스스로의 왕국을 구축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몇 안되는 영화감독들 중 하나다. 영화수입의 10% 이상을 받아 웬만한 할리우드 스타 못지 않는 특급 대우를 누리고 있다.
놀란 감독의 이런 힘이야말로 ‘웜홀’이나 ‘블랙홀’, 그리고 시간의 상대성 등 과학이론을 영화 속 현실로 가능하게 만든 한 원동력이 됐다.
인터스텔라의 리얼리티를 만든 또 다른 주인공은 놀란 감독의 친동생이자 시나리오를 쓴 조나단 놀란이다. 그는 이번 영화 대본을 쓰기 위해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4년 동안 상대성 이론을 공부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천체 물리학자인 킵 손 박사는 아예 영화제작에 참여했고 이 영화로 블랙홀을 연구하던 제작진은 두 편의 새 논문까지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