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J그룹이 33년 만에 제약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제약사업에서 철수하는 사례가 하나 더 늘었다.
▲ 강석희 CJ헬스케어 대표.
제약사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들 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등으로 자칫 그룹 전체 이미지를 훼손할 수도 있어 대기업들이 적극적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CJ헬스케어를 누가 인수할지를 놓고 국내외 사모투자펀드를 비롯해 다양한 후보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CJ헬스케어의 기업가치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내 제약사는 인수하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 역시 CJ헬스케어를 사들일 가능성이 낮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대기업 제약사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하고 대부분 성장세가 높지 않고 그룹 차원에서 투자도 많이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1980~1990년대 당시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되던 제약사업에 하나둘 뛰어들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룹에서 존재감이 미미할 뿐만 아니라 전체 제약사들 가운데서도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CJ헬스케어가 매각수순에 들어가면서 제약사업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은 삼성, LG, SK, 코오롱, KT&G만 남게 됐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LG화학 생명과학본부(옛 LG생활과학)의 매출규모도 지난해 5323억 원에 그쳤다. 2위 CJ헬스케어가 5143억 원, SK케미칼 제약사업부는 3319억 원 수준이다.
반면 전통 제약사의 경우 유한양행과 녹십자, 광동제약의 매출이 1조 원을 훌쩍 넘었고 그 뒤를 한미약품, 종근당 등이 따르고 있다.
의약품은 정부 규제가 많아 진입장벽이 높고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 보통 신약 1개를 개발하려면 10년 동안 300억~500억 원을 투자해야 한다. 이마저도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 전 세계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약의 경우 상업화되기까지 15년가량 걸리며 비용도 5천억 원 이상 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약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변수가 너무 많아 신약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며 “대기업 계열 제약사의 경우 제약사업만 하는 기업보다 제약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대표이사가 교체될 때마다 신약개발 방향이 바뀌는 등 장기적 전략을 뚝심 있게 펼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리베이트 관련 사건으로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깎아 먹는다는 점 역시 대기업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기 어려운 이유로 지목된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여러 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규제만 많고 리스크도 높은 제약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아예 제약사업에서 손을 뗀 대기업도 많다.
한화그룹은 2014년 제약회사 드림파마를 알보젠에 매각했다. 드림파마는 한화케미칼의 100% 자회사로 1995년 설립됐다. 푸링정, 푸리민정 등 비만치료제와 병원 처방용 전문의약품을 만들던 곳이다.
한화케미칼은 그 뒤 2016년 공시를 통해 “석유화학사업과 태양광사업 등 핵심사업 강화를 위해 바이오사업에 추가적 투자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공식적으로 철수의사를 밝혔다.
롯데그룹에서도 2011년 롯데제약이 롯데제과에 흡수합병됐다. 롯데제약은 롯데제과가 2001년 일양약품에서 인수한 회사로 롯데제과 ‘헬스원’ 브랜드를 통해 건강기능식품사업을 펼쳐왔다.
당시 롯데제과가 롯데제약을 인수하며 화장품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롯데제과는 화장품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