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7-11-05 1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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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G 조기 상용화를 위해 KT의 통신 필수설비를 후발사업자들에게 전면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황창규 KT 회장이 부담을 안고 있다.
통신 필수설비를 개방하면 KT는 유선사업과 5G 등에서 경쟁우위를 잃을 수 있다.
▲ 황창규 KT 회장.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가 보유한 통신 필수설비의 전면개방을 놓고 정부와 KT가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논의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 필수설비란 전신주, 광케이블, 통신관로 등 전기통신사업에 필수적 유선설비를 말한다. 유선설비는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은 물론 LTE와 5G 구축에도 필요한데 KT는 국내 전체 전신주의 93%, 관로의 72%, 광케이블의 53%를 보유하고 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0월30일 국회 종합감사에서 “5G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서는 필수설비 공동사용을 꼭 해야 한다고 본다”며 “통신사간 차별화를 위해 반대를 하는 건 이해하지만 KT도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필수설비 공동 사용을 통해 이통사들의 중복투자를 방지해 5G 망을 구축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필수설비 공동활용 제도개선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2018년 상반기까지 연구결과를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KT와 같은 선발사업자가 통신설비를 후발사업자에게 유료로 임대해주도록 하는 ‘필수설비 의무임대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설비를 설치한 지 3년이 지나지 않거나 2006년 이후에 설치한 광케이블은 제공할 의무가 없는 등 예외규정이 많아 실질적 활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KT는 필수설비 의무임대제도 개선 움직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황창규 회장은 국감에서 “필수설비 공동활용은 설비투자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의 유·무선 네트워크 균형을 파괴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KT는 1일 컨퍼런스콜에서도 “필수설비 공동활용은 국가 인프라 고도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회장이 필수설비 전면개방을 반대하는 것은 유선사업에서 KT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KT는 대부분의 필수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활용해 국내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4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인터넷TV(IPTV) 점유율은 50%에 이른다. 경쟁사들은 KT의 필수설비를 빌려야 해 일부 지역은 KT만이 유선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필수설비는 다가오는 5G시대에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5G에 활용될 초고주파수 대역은 전파 전송거리가 짧은 만큼 촘촘한 기지국망은 물론 기지국과 교환설비를 연결하기 위한 유선망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대부분의 건물에 필수설비를 설치한 KT가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이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도 “과거 유선이 앞섰던 시기가 있고 무선이 앞섰던 시기도 있는데 지금은 유선을 기반으로 한 무선이 뜨고 있는 시대”라며 “5G 시대는 모세혈관이 연결되는 것처럼 무선에 유선이 붙어야 5G 기지국에 생명이 생긴다”라며 필수설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T는 2019년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겠다며 5G시장을 선점하는데 주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필수설비를 전면 개방하는 것은 5G에서의 경쟁우위를 포기하는 셈이어서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KT가 경쟁사보다 훨씬 많은 필수설비를 갖추고 있는 점은 5G시대에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황 회장이 KT의 미래를 5G에서 찾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필수설비를 개방하지 않으려는 논리를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